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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적 시 읽기의 괴로움

저자
강신주 지음
출판사
동녘 | 2011-09-30 출간
카테고리
인문
책소개
철학과 문학, 예술을 넘나드는 활발한 강의와 저술을 통해 인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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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팅을 위한 독서에 대한 집착을 버리니 외려 책읽기가 더 수월하고 쓸데없이 무거웠던 책임감에서 해방됐다. 난해한 시와 철학을 다룬 책을 재빨리 읽는 것은 확실히 버거웠다. <철학적 시 읽기의 즐거움>을 빠르게 읽었던 바(사실 재밌기도 했다), <철학적 시 읽기의 괴로움>을 손에 들었을 땐 천천히 음미하며 읽으리라 다짐했다. 라면이나 햄버거처럼 순간적으로 자극적인 맛을 내는 자기계발서와는 달리 여유롭게 와인을 음미하듯 읽으니 과연 그 맛이 색달랐다. 음미하는 과정에서 자기화된 생각을 정립할 수 있었던 것이 그 중 가장 큰 소득일 것이다.


인간은 누구나 시공간의 어디쯤에 산다. 시간을 거스를 수 있는 사람은 없고, 공간을 벗어난 사람이란 존재하기 어렵다. 누구나 어느 공간에서 24시간을 보내게 되면 자연 자기를 둘러싼 외부세계와 영향을 주고 받게 마련이다. 길가의 청소부는 자신을 둘러싼 도로와 인도라는 환경과 상호반응을 하게 되고 밭위의 농부는 땅과 함께 숨쉬며 하루하루를 보낸다. 청소부의 눈에 보이는 행인들의 바쁜 걸음걸이와 농부에게 보이는 밭이랑 속의 지렁이는 그들 각각에게 전혀 다른 생각과 느낌을 전달해 준다. 아마도 청소부는 바빠 보이는 행인들의 삶에서 빠르고 역동적인 한국사회의 분위기를 느낄 수도, 농부는 지렁이의 생명력과 자연의 조화를 생각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비슷하게, 각각의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네 개인들은 어찌보면 다 작은 철학자들이다.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과 공간 속에서 나름의 생각과 느낌을 갖는 것은 인간이라면 누구에게나 허락된 자유이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정리되지 않은 생각과 느낌들은 흔히 개똥철학이라 불리는 각 개인 만의 세계를 지탱하는 기둥이다. 하지만 이 기둥은 잘 다듬어지지 않은 상태다. 숲속의 통나무를 베어다 그대로 기둥을 쓴 것처럼 거칠다. 통나무의 껍질을 벗기고 자신의 스타일로 모양을 내는 장인들처럼 철학자와 시인들은 정리되지 않은 우리네 생각을 언어와 논리로 풀어내고 구조화 시킨다. 철학자와 시인들의 글을 보면서 '맞아 나도 이렇게 생각했었는데'하며 무릎을 쳤다면 이미 당신은 작은 철학자였던 것이 분명하다. 그런 작은 철학자들이 커피 한 잔과 함께 음미해 볼만한 책이 <철학적 시 읽기의 괴로움>이다.


14개 챕터에서 독자는 14명의 시인과 14명의 철학자를 만나게 된다. 물론 직접 만나는 것이 아니라 저자 강신주의 친절한 소개와 설명을 통해 만난다. 강신주가 소개한 시인과 철학자들은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느끼고 생각하지만 미처 표현하지 못했던 것들을 시와 구조로 풀어낸 사람들이다. 한 번이라도 비슷한 고민을 하고 일상의 모순에 좌절했던 경험이 있던 독자라면 무릎을 치며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 혼자 안고 있던 고민이 자신만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이 보편적으로 고민했던 문제라는 사실을 알게 됐을 때 느낄 수 있는 안도감과 동질감은 덤이다.


세상은 갈수록 빨라지고 사고와 판단도 그만큼 빠를 것을 요구한다. 시간을 가지고 깊이 생각해 보는 것은 '신중하다'는 말보다는 '결단이 느리다'고 표현되기 일수다. 허나 깊이 없는 사고에서 나온 판단이나 그에 따른 행동들은 필연 깨진 관에서 새는 누수처럼 실수를 남발하기 마련이다. 학업도, 업무도, 사람과의 관계마저도 그만큼 즉흥적이고 직관적인 사회에 사는 우리의 마음이 물질적인 풍요에 비해 공허한 이유는 그 때문이다. 시를 읽고 철학을 통찰하는 것은 이 공허함을 채울 수 있는 것이 결국 물질이 아님을 반증한다. 


라면을 먹는 방법과 와인을 즐기는 방법은 다르다. 바쁘고 정신없는 일상을 보내고 있겠지만 가끔은 여유를 (만들어) 갖고 뒤를 돌아보는 것도 행복을 찾는 하나의 방법임을 깨달았으면 한다. 거기에 <철학적 시 읽기의 괴로움>은 제목과 달리 상당한 '즐거움'을 줄 것이다. 각 챕터 마지막 장마다 저자가 참고한 책들을 친절하게 설명해 놓은 부분은 바쁜 삶에 익숙한 우리에게 힐링이 될 독서리스트를 작성하는데 유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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