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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울어진 저울

저자
이춘재, 김남일 지음
출판사
한겨레출판사 | 2013-03-11 출간
카테고리
정치/사회
책소개
시대에 뒤떨어진 판결, 대법원의 기울어진 저울자유·평등·정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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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인사청문회를 통해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기도 전에 참으로 많은 공직후보자가 취임도 못하고 낙마했다. 결국 내각을 완벽히 구성치도 못하고 개문발차하게 됐는데 그 원인이 된 여러 낙마자 중 국민들에게 가장 깊은 인상을 남긴 인물은 이동흡 전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이지 않았나 싶다. 고위공직후보자들의 땅투기나 위장전입쯤은 기본 스펙으로 여기던 국민들조차 까도까도 계속 드러나는 이 전 후보자의 비위사실들에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버티기로 일관하던 이 후보자가 사퇴함으로써 사태는 일단락 됐지만 고위공직자, 특히 사법부의 이미지가 받은 타격은 컸다. 국민들 사이에선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란다'는 식으로 누가 누구를 죄있다 판결할 수 있느냐는 비아냥이 공공연히 돌아다녔다.


현대 한국사가 전쟁의 참화와 복구, 민주혁명, 이어진 30여년의 군부독재시절을 거치며 왜곡된 흑역사로 기록됐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리고 수많은 인사들이 민주화와 인권을 위해 독재정권에 맞섰다가 합법의 탈을 뒤집어 쓴 '사법의 판결'을 통해 희생됐다. 독재정권의 입맛에 맞지 않는 인사들을 제거하는데 부역했던 법원과 검찰의 과거는 사법부의 치명적인 아킬레스건이 됐다. 비록 87년 민주화 이후 사법부가 변화했다 하더라도 여전히 과거에 대한 반성이나 잘못됐던 판결에 대한 사과는 찾아보기 어렵다. 한국사회에서 가장 보수적인 집단으로 알려진 법원과 검찰은 그들의 권위에 누가 되는 '사과와 반성'에 여전히 인색하기 짝이 없다. 법원이 (서울대, 남성, 사법시험 기수 등을 고려한) 엘리트 법관들로 이루어진 '그들만의 리그'로 운영되는 동안 국민의 존경을 받아야 할 법과 법관들은 오히려 지탄을 받는 지경에 이르고 말았다.


이른바 '대법원 구성의 다양화(diversity on the bench)'를 통해 선출되지 않은 권력으로서의 민주적 정당성을 확보하라는 요구였다. 사법부는 선거를 통해 선출된 권력이 아닌데도 선출된 권력 못지않은 막강한 힘을 갖는다. 따라서 다양한 가치관과 다양한 계층의 이해관계를 반영하도록 노력해야 민주적 정당성을 잃지 않는다. 그렇지 않으면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없다. 하지만 우리 사법부는 그동안 이런 노력과는 거리가 먼 행보를 보여왔다.


특히 김대중 정부 이후 민주주의가 사회 전반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데도 사법부는 민주주의의 기본 전제인 다양성조차 수용하지 않아 시민사회로부터 거센 비난을 받고 있었다. '초록은 동색'이라든지 '유전무죄 무전유죄' 같은 비아냥거림이 역설적으로 사법부의 처지를 가장 잘 표현해주는 말이었다.


- 이춘재.김남일, <기울어진 저울>, 한겨레출판, 2013, 21~22pp.


2003년 노무현 정권이 들어서면서 사법부 개혁의 임무를 띄고 임명된 이용훈 대법원장 시절에서 이명박 정부 5년이 끝나기까지  10여년동안 이어진 대법원 개혁과 그 실패의 역사가 책으로 엮여 나왔다. 한겨레 법조담당기자를 담당했던 이춘재, 김남일 기자가 쓴 <기울어진 저울 - 대법원 개혁과 좌절의 역사>가 바로 그것이다. 편중된 대법관 구성을 바로잡고, 국민에게 불신받는 사법부의 과거를 제대로 청산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받으며 임명된 이용훈 대법관과 독수리 5형제(이홍훈 대법관, 박시환 대법관, 김지형 대법관, 김영란 대법관, 전수안 대법관)가 실패하고 말았던 역사는 우리 사법부의 또다른 좌절의 흑역사로 남았다.


최근 작심한 듯 망언을 쏟아내는 일본 극우세력과 아베 총리의 과거사 부정의 프로세스는 우리 내부에서도 공공연하다. 사법부 역시 스스로의 과거부정이란 혐의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반면 <역사 속의 사법부>는 사법부가 안기부 등 공안기관의 탄압을 받은 피해자라라는 점을 부각시키는 데 적지 않은 분량을 할애했다. 공안기관과 공모하거나 최소한 그들의 잘못을 애써 묵인했던 가해자로서의 사법부의 모습은 드러나지 않았다. 법대 위에서 피고인들의 피멍을 애써 외면했던 부끄러운 과거에 대한 고백은 없었다. 고문, 조작을 외면하고 검찰의 공소장을 그대로 판결문에 베껴 슨 과거를 '어쩔 수 없었다'는 자기합리화로 덮어버렸다.


- 이춘재.김남일, <기울어진 저울>, 한겨레출판, 2013, 251~252pp.


일본의 극우세력이 어두웠던 과거를 반성하지 않는 것을 한국인들이 개탄하듯 국민들도 사법부의 태도에서 깊은 실망감을 느낀다. 그들의 말처럼 설사 어쩔 수 없었더라도 진정으로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서 자리합리화를 하는 태도로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하기는 불가능하다. 사법부는 영화 <부러진 화살>이나 <부당거래>에 국민들이 왜 그리 높은 관심을 보여줬는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다.


법원과 검찰의 개혁이 중요한 것은 바로 그곳에 우리 시대 가장 뜨거운 사건들과 쟁점들이 모여들기 때문이다. 사법부가 헌법과 정의의 이름으로 남겨놓은 판결문은 향후 수십 년간 한국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기준을 제시한다. 따라서 한국 사회에 끼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 할 수 있다. 하지만 법원의 판결에 많은 시민들은 여전히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사회양극화가 심해지고 세대, 지역, 성별 등 각 계층의 갈등은 깊어져 가고 있는데 이를 중재하고 해소할 사법부의 역할은 여전히 그에 미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많은 시민들이 사법개혁을 요구하는 이유다.


하지만 노무현 정부에서 시작한 사법개혁은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이명박 정부들어 사회 각 분야가 급격한 퇴행을 거듭한 것처럼 대법원도 '앙시앵레짐'을 맞이한 것이다. 이 책은 그 10여년의 개혁시도와 실패를 그린 일대기다. 이춘재, 김남일 기자를 비롯한 한겨레 법조팀 기자들이 발로 뛴 기록이 이 한 권을 통해 정리돼 있다. 독자는 <기울어진 저울>을 통해 사법개혁을 시도하고 꾸준히 동력을 유지해 나가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 지난한 일인지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사법개혁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한 번쯤 읽어둬야 할 책이다.

댓글
  • 프로필사진 Favicon of http://yeogangyeoho.tistory.com BlogIcon 여강여호 눈을 가리고 저울을 들고 있는 저 이가 바로 그리스 신화에서 정의의 신으로 통하는 디케라고 하더군요. 로마식 이름은 유스티치아. 오늘날 정의란 의미의 영어표현인 justice의 어원이 된 신이죠. 어떤 외부 압력에도 흔들리지 않기 위해 눈을 가리고 어느 한쪽으로 기울어짐 없이 공평해야 하기에 저울을 들고 있을진대, 디케상을 매일 보며 출근하는 법조인들은 스스로 낯이 뜨거워지지는 않는지 궁금합니다. 2013.04.26 13:29 신고
  • 프로필사진 Favicon of http://bookplayground.com BlogIcon 한량의독서 우리나라 대법원 앞에 서있는 디케는 눈을 가리고 있지 않다고 하더군요. 칼 대신 법전을 들고 있다고 하구요. 우리의 사법역사를 되돌이켜 봤을 때, 참으로 기막힌 우연이 아닐 수 없습니다. 우리의 디케는 두 눈을 뜨고 앞에 회장님이 계신지, 의원님이 계신지 다 알고 있어서 그랬는지도 모릅니다. 2013.04.26 15:32 신고
  • 프로필사진 비밀댓글입니다 2013.05.03 18:24
  • 프로필사진 비밀댓글입니다 2013.05.18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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