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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저자
대한민국 지음
출판사
한국이퍼브 | 2014-01-06 출간
카테고리
정치/사회
책소개
대한민국헌법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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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에 수송동에 있는 아무개 통신사에서 보도자료 편집하는 계약직원으로 일한 적이 있었다. 정부 각 부처나 산하 기관, 지자체, 민간기업 등등이 보내오는 보도자료들이었는데 특히 지차체가 보내오는 내용이 가관이었다. (많이도 보내더라)


어떤 식이었냐면, '어느 지역 아무개 씨가 추석을 맞이해 20KG들이 쌀 100포대를 기증했다', 또 '어느 지역 아무개 씨가 어려운 이웃을 위해 성금 100만원을 기탁했다'는 식이다. 물론, 이웃을 위한 자비, 좋은 일이다. 각박하다는 이 시대에 그토록 온정을 지닌 사람이 많다는 사실에 안도 혹은 의구가 뒤섞인 복잡한 감정이 들었다.


이 미풍양속에 불편함을 느꼈던 것은 겨우내 먹을 쌀 몇 포대와 난방에 쓸 연탄 수십 장이 없는 사람들(주로 노동능력을 상실한 노인이나 장애인, 청소년 등)을 '겨우' 기부나 성금으로밖에 돕지 못한 사실을 무려 "자랑스럽게!" 보도자료로 내는 지자체장과 공무원들의 마인드 때문이다. 아이들에게 인색하기 짝이 없던 부모가 어디서 옷 몇 벌 얻어다가 자식한테 입히고서는 "이렇게 옷을 기증해 주는 분이 있지 뭐에요 호호"하면서 동네방네 자랑질을 하는 꼴이랄까?


개인적인 차원에서 이뤄지는 선행과 기부는 칭찬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이것이 빈곤과 차별에 관한 구조적인 문제를 지적하고 비판하는 것에 대한 반론의 근거가 돼서는 곤란하다. 인권이 어디까지 보장돼야 하는가에 대한 생각들은 각기 다를거다. 허나 최소한 노약자를 비롯한 (이 나라 서민의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취약계층이 동정심에 의지해 생존을 도모해야 한다면, 이 사회와 정부는 구성원에 대한 물질적 인권을 보장하는데 있어 직무유기한 것 아닌가. 이건 내 주장이 아니라 대한민국 헌법에 명시된 내용이다. 길지만 옮겨본다.


대한민국 헌법

제34조

1. 모든 국민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가진다.

2. 국가는 사회보장, 사회복지의 증진에 노력할 의무를 진다.

3. 국가는 여자의 복지와 권익의 향상을 위해 노력하여야 한다.

4. 국가는 노인과 청소년의 복지 향상을 위한 정책을 실시할 의무를 진다.

5. 신체장애자 및 질병, 노령 기타의 사유로 생활능력이 없는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가의 보호를 받는다.


국가가 진 의무를 국민들 개인에게 방임했으면서도 부끄러움을 느끼지 못하는 지자체와 공무원. 국가라는 비가시적 실체의 실제적 발현이라는 관청과 공무원이 헌법으로 스스로에게 지워진 의무를 방기한 셈이다. 그래놓고서 통신사로 보내는 '따뜻한 우리사회' 보도자료는 기본적으로 이들의 자질과 존립 이유를 의심케한다.


자신들의 존재의의를 공영방송에서 공해방송으로 교체한 방송국에서 내보내는 <사랑의 리퀘스트>(지금도 하나?) 같은 프로그램 보면서 질질 짜고 몇 천원짜리 성금전화하는 것만으로 스스로를 '착한 시민'으로 포장하고 자위하는 것만큼 웃기는 자기기만은 없다. 불쌍한 사람들 연명하게 그 때 그 때 조금씩 도와주면 된다는 마인드로는 절대 문제해결 안된다.


그래도 이웃의 어려움을 보고 외면하지 못하고, 눈물짓고, 자기 선에서 몇 천원이라도 쥐어주는 사람이 많은 우리 국민들의 심성을 보면 제도적이고 시스템적인 개선이 전혀 불가능하지는 않을 것 같다는 희망을 놓지 않고 있다. 희망은 결국 사람의 마음과 생각의 변화에서 시작하는데 우리 국민은 최소한 그 부분에서는 신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정치모리배나 기업, 언론 등의 여론홍보 같은 사기에만 안 당하면... 변화가 훨씬 수월할 것 같다.


(대한민국헌법 전문을 담은 이 책은 전자책으로 출간됐으며, 무료로 다운로드가 가능하니 시간 되실 때 한 번쯤 읽어 보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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