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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 이야기

저자
김민주 지음
출판사
미래의창 | 2014-01-27 출간
카테고리
역사/문화
책소개
북유럽, 무엇이 그토록 매력적인가?어느새 우리 곁으로 성큼 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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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한 일간지를 통해 자살한 세 모녀의 안타까운 사연이 전해졌다. '죄송하다'고 적은 메모와 월세, 공과금 70만원을 주인집에 전달한 뒤 반지하방에서 목숨을 끊은 세 모녀 자살 사건이 우리 사회에 전달하는 메시지는 자못 날카롭다. 비단 이 세 모녀뿐이 아니라, 생활고에 시달리다 결국 목숨을 끊을 수밖에 없는 수많은 한국인들의 영정을 바라보면서 우리 사회의 복지와 사회안전망이 얼마나 허술한지 뼈저리게 깨달을 수 있다. 복지가 우리 시대의 가장 큰 사회적 의제로 대두한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사회양극화가 더욱 심화되고 비정규직이나 특수고용직 등 고용여건이 더욱 악화되고 있는 지금, 그 누구도 사지 멀쩡하다고 해서 쉽게 생존을 장담할 수는 없다. 누구나 예측 불가능한 위험에 노출돼 있는 상황에서 불안이라는 유령과 싸우고 있는 한국인들이 서로 위험을 나눠가지는 사회적 연대의 꿈을 꾸는 것은 당연한 논리적 귀결일 것이다.


갈수록 먹고 살기가 팍팍해지고 개인이 부담해야 할 위험과 불안의 크기가 커질 수록 복지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진 만큼 그 실천적 방법론과 대안적 모델에 대한 구상과 제안도 다양하다. 북유럽 사회민주주의 시스템에 대한 관심이 커진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앞선 복지국가시스템을 구축했으면서도 안정적인 경제성장을 이뤄내고 있는 스웨덴, 노르웨이, 핀란드 등 북유럽 국가들이 이제 갓 복지국가를 말하고 있는 우리에게 좋은 롤모델이 돼줄수 있다. 교육, 의료, 고용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혜택을 받으며 편안하고 여유있는 삶을 누리는 북유럽 국가 사람들을 보면서 그에 대한 선망 역시 더욱 커지고 있다.


하지만 기대가 크면 환상이 큰 것처럼 마치 북유럽 국가들이 정답인 것처럼 생각하는 것은 곤란하다. 그 나라들 역시 크나 작으나 사회적 모순과 문제점들을 안고 있는 사람사는 곳일 뿐이다. 참고는 할 수 있지만 그 나라들을 완벽한 이상향으로 생각했다가는 역시 큰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높다. 실사구시적인 태도가 필요하다 하겠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북유럽 국가들을 냉철하고 치우치지 않은 태도로 바라보고 이해해야 한다. <북유럽 이야기>는 그 입문서로 매우 적절한 책이라 볼 수 있다. 전문서라고 하기에는 부족하지만 일반인이 북유럽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상식을 쌓는 선에서는 매우 적절한 분량과 내용을 다루고 있다.


<북유럽 이야기>는 스웨덴, 노르웨이, 덴마크, 핀란드 등 북유럽 국가로 분류되는 나라들의 역사, 사회, 문화, 경제, 지역 등 총 5개의 챕터로 구성돼 있다. 따라서 각 나라들의 일반적인 이야기보다는 우리가 관심을 가질 수 있고 평소 들어봤을 법한 특수한 경우를 중심으로 소개한다. 일례로, 곧 광명에 매장을 오픈하는 스웨덴의 종합생활기업 IKEA의 탄생과 발전, 전략 등을 소개하는 식이다. 노벨평화상, ABBA, IKEA, H&M, 앵그리버드, 노키아, 레고, 토르 등 우리에게 친숙한 것들은 물론 스웨덴의 쉰들러라 불리는 라울 발렌베리와 발렌베리 가문, 북유럽의 범죄자를 위한 호화감옥 이야기 등 다소 생소하지만 흥미있게 있을 거리들이 가득하다. 이 정도면 북유럽 입문의 개론서라 하기에 충분하다.


다만 경제관련 챕터에서 저자의 개인적인 관점이 은연 중에 강요되는 듯한 느낌을 주는 점이 불편하다. 물론 서울대와 시카고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한국은행 등에서 근무한 경력을 밝힌 저자의 전문성을 무시할 수는 없으나, 독자가 주의하여 읽지 않는다면 북유럽 사민주의 경제시스템을 바라보는 저자의 관점이 그대로 스며들 법한 점이 우려스럽다. 예를 들면, 스웨덴의 발렌베리 가문을 소개하면서 발렌베리 스스로의 경영권 계승에 관한 룰을 만든 점을 들어 경영권 세습을 마치 선출된 권력처럼 서술한 것이 그렇다. 저자는 상당히 드라이하게 서술한 편이지만 국내상황에 정통하지 못한 독자가 그것을 우리의 상황에 단순히 대입하게 되면 자칫 <북유럽 이야기>를 아니 읽는 것보다 못한 결과를 가져오지 않을까 염려된다.


이전에 핀란드 보건사회부 차관을 지낸 일까 따이팔레가 쓴 <핀란드 경쟁력>이란 책을 본 적이 있다. (서재를 뒤져보니 없는데 누가 빌려갔는지 기억이 안난다. 역시 책은 주인이 없는 것인가...) 핀란드 차관을 지낸 사람이 쓴 책이다보니 약간의 자뻑도 있고 너무 재미가 없게 써서 리뷰는 하지 않았다. 북유럽에 관심이 있는 일반인도 그 정도면 읽다가 지치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하지만 <북유럽 이야기>는 초심자를 위한 눈높이에서 쓰여졌기 때문에 누구에게도 권할 법한 책이다. 첫대면이 부담스럽다면 누구나 호감이 가지기는 쉽지 않을 것 아닌가.


물론 북유럽 복지국가의 모델에 대한 연구를 위한 자료로서는 전문성에서 부족하기 때문에 더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다른 책을 찾아봐야 할 것이다. 다만 자꾸 보게 되면 관심이 가고, 관심이 생기면 좋아하게 된다는 말처럼 흥미로운 주제 위주로 북유럽 국가들의 역사, 사회, 문화, 경제, 지역에 관한 이야기들을 읽게 되면, 자연히 그들의 삶의 질을 한단계 업그레이드 시켜준 복지에 대한 관점이 달라질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든다. 그것이 '복지'라는 말을 공산주의나 빨갱이와 동의어로 치환하는 한국사회의 맹목적 매커시즘을 조금씩 치료해 나가는 작은 희망의 불씨가 되어보길 바란다.

댓글
  • 프로필사진 Favicon of http://yeogangyeoho.tistory.com BlogIcon 여강여호 복지에 대한 관심마저도 종북으로 매도되는 현실이기도 하지요.
    북유럽만의 독특한 복지시스템을 만든 에너지가 어디에서 시작되었을까요.
    이 책을 통해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을 듯 하네요.
    2014.03.04 19:45 신고
  • 프로필사진 Favicon of http://bookplayground.com BlogIcon 한량의독서 출연자가 자살한 <짝>은 바로 폐지되는데, 생활고로 시민이 자살하는 데다가 "복지는 포퓰리즘+공산당"이라고 핏대세우는 꼴통들은 왜 폐지가 안되는지 모르겠습니다. 2014.03.07 16:23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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