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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교회 잔혹사

저자
옥성호 지음
출판사
박하 | 2014-03-14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목사님, 어디로 가시나이까? 교단 최고의 이슈메이커 옥성호의 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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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들은 잘 믿으려 하지 않지만 나는 기독교에서 말하는 모태신앙이다. 내 의지는 아니었으나 어쨌든 그렇게 됐다. (하긴 권사님 외할머니와 목사님 외삼촌이 계신 것도 내 의지는 아니었다만) 요즘에야 내키는대로 교회에 나가는 나이롱 신자가 됐지만 예전에는 주일을 지키지 않으면 죽는 것으로 알고 살았던, 나름 독실한 신앙인이었다. 그래서인지 크던 작던 한국교계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관심이 많다. 물론 이것은 일반인과 다르게 한국교회에 애정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서초교회 잔혹사>에 눈길이 갔던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저자인 옥성호는 사랑의 교회 초대 담임목사였던 故 옥한흠 목사의 장남이다. 이전까지는 잘 몰랐던 사람인데 이전부터 한국교회와 기독교에 관련된 책을 다수 집필한 것으로 알려졌다. 벌써부터 <서초교회 잔혹사>를 집필한 그의 의도를 두고 다양한 의견과 시선이 엇갈리고 있지만 여기서 그런 논쟁은 다루지 않기로 한다. 저자의 인터뷰 말대로 "100%허구지만 100% 진실"이기도 한 이야기에서 어디까지가 문학적 풍자이고, 어디서부터가 명예훼손인지는 소송이 붙을 경우 법원이 판결할 문제이기 때문이다.


<서초교회 잔혹사>는 문장의 표현력이 뛰어나거나, 문학적으로 뛰어난 완성도를 자랑하는 작품은 아니다. 하지만 소설이 갖춰야 할 재미라는 요소에서는 단연 발군이다. 현실과 허구의 중간 어디쯤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지만, 현실인지 허구인지 모를 이야기가 주는 긴장감이 뛰어나다. 마치 일일연속극을 보다가 '다음에 어떻게 되지?'하는 타이밍에 막이 내리고 다음화를 기대하라는 메시지가 뜨는 것처럼 그 다음의 이야기가 궁금해져 손을 놓지 못하게 하는 그런 작품이다. 흡입력 강한 <서초교회 잔혹사>의 내러티브가 100% 허구일 수 없다는 사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이야기는 서초교회에서 청년부 목사를 맡고 있는 장세기 목사의 시점으로 그려진다. 평화롭던 서초교회에 풍파가 일기 시작한 것은 초대목사인 정지만 목사의 후임으로 아프리카 선교로 이름을 얻고 있던 김건축 목사가 내정되면서부터다. 아프리카 사자를 열 마리나 사냥해서 사자의 머리로 박제를 만들었다거나, 기존의 목사들을 두고 살생부를 작성했다는 둥의 소문이 들려오면서 서초교회의 사역자들은 동요하기 시작한다.


실제로 정지만 목사가 원로목사로 물러나자마자 서초교회 2대 담임목사로 이임(취임)한 김건축 목사는 복음의 글로벌화를 내세워서 서초교회를 개조해 나가기 시작한다. 소문으로만 돌았던 살생부는 실제로 있었고 기존의 목사들은 꼭 있어야 할 사람과 나갈 사람으로 분류된다. 또한 목사와 부목사만으로 나뉘던 직제도 전무목사, 부장목사, 과장목사 등으로 철저히 수직재편하고 해외와 교회 외부에서 목사들을 대량 영입한다. 의미도 모르는 아프리카어 찬송을 부르게 하는가하면 교역자회의를 영어로 진행하고 목사들이 토익시험을 보게 하는 등  김건축 목사의 글로벌화를 위한 시도는 기존의 분위기에 익숙했던 목사들을 당황케 한다.


4년제 대학을 간신히 졸업한 뒤 영어라면 담을 쌓고 살았던 화자 장세기 목사는 변화하는 분위기에 쉽게 적응하지 못하고 허둥댄다. 존경하던 선배인 박정식 목사에게 조언을 구하기도 하지만 그의 영적 방황은 쉽게 멈추지 못한다. 그도 서초교회를 떠나 신앙이 부르는대로 살기에는 이미 교회가 제공하는 사택과 자동차, 적지않은 사례비(월급)의 단맛을 본 지 오래다. 이후 김건축 목사가 벌였던 대언론 사기극과 영어교재 대필사건, 잉글리시 타운 건설을 둘러싼 비리 등으로 서초교회는 세상의 비난의 중심에 선다. 하지만 어느새 교역자들과 성도들은 정당한 사회의 비판을 '사탄의 음해'로 치부하는 정도로 눈과 귀가 꽉 막힌다. 그 과정에서 초심을 잃어가던 장세기 목사가 박정식 목사가 떠나면서 남겼던 충고를 후배인 정지락 간사에게 똑같이 되풀이하는 모습은 인상깊다.


어느새 나는 언젠가 내가 누군가에게 들었던 바로 그 말을 정 간사에게 반복하고 있었다.


"정 간사, 내 생각은 말이야. 앞으로 우리 서초교회가 점점 더 힘들어질 거라는 거야. 난 그게 두려워. 아직까지는 팔 하나를 자르는 것으로 끝날 수 있을지도 몰라. 우리가 지금이라도 정직하게 죄를 인정하고 회개하면 말이야. 물론 그것도 말할 수 없는 고통이지. 하지만 나중에는 결코 팔 하나로 끝나지 않을거야. 


나중에는 담임목사님의 거짓 때문에 팔 하나가 아니라 사지를 전부 자르고 내장을 다 꺼내도 해결되지 않을 수 있어. 내가 두려워하는 건 그거야. 그렇다고 오해는 하지 마. 나는 그 누구보다 내가 틀리길 바라니까. 사실은 책도 김 목사님이 쓴 거고, 영어 실력도 뛰어난데 못하는 척하는 것이었으면 좋겠어. 그런데 정 간사, 김 목사님에 대해 내가 알고 있는 얘기들은 이게 다가 아니야. 내가 죄다 말할 수는 없지만 이게 다는 아니야.


그런데 정간사, 김 목사님에 대해 내가 알고 있는 얘기들은 이게 다가 아니야. 내가 죄다 말할 수는 없지만 이게 다는 아니야. 정 간사, 이봐 정 간사. 자네도 알지? 우리 서초교회가 어떤 교회인가? 자네도 여기서 간사가 되기 전부터 신앙생활을 했잖아. 말해보게, 정 간사. 서초교회가 도대체 어떤 교회인가? 이렇게 무너져서는 안 되는 교회잖아. 그렇지 않아?"


- 옥성호, <서초교회 잔혹사>, 박하, 2014, 161~162pp.


하지만 김건축 목사와 측근들에 의해 위협받았던 청년부 목사의 자리가 안정되자, 장세기 목사 역시 권력을 휘두르는 쾌감에 중독된다. 초심을 잃은 그는 그가 그토록 걱정했던 서초교회를 망치는데 앞장서지만 본인은 그런 사실을 까맣게 잊은 채다. 그렇게 실세로 부상했던 장세기 목사도 결국 나중에는 이용당했다는 것을 깨달을 뿐이지만 말이다. 이 과정에서 하나님은 찾아볼 수 없다. 목회자도, 교인도 소외받는다. 승자는 아무도 없다. 다만 거짓과 위선, 허위가 남긴 상처만이 남았을 뿐이다.


후진적인 사회일수록 한 가지 중요한 특징을 드러낸다. 그건 성역과 금기가 차고 넘친다는 점이다. 아직도 한국에서는 종교를 대상으로 무언가 문제를 제기하기가 쉽지 않다. 한국에서 종교는 여전히 성역이자 금기다.


나는 금기를 혐오하고 성역을 경멸한다. 무엇보다 금기와 성역은 필연적으로 위선과 거짓을 양산한다. 더욱이 그 금기와 성역이 신의 이름으로 포장되면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위선과 거짓이 난무한다.


나는 이 책을 읽는 독자가 단 한순간이라도 도대체 인간에게 종교란 무엇인지, 그중에서도 하나님을 믿고 교회를 다닌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진지하게 생각하길 바란다. 그럼 이 글을 쓴 내 목표는 달성되는 셈이다.


- 옥성호, <서초교회 잔혹사>, 박하, 2014, '작가의 말'중에서


과연 오늘 저자인 옥성호는 왜 이런 소설을 쓰고 우리는 왜 이런 소설을 읽고 있는 것인가. 사랑과 희생, 헌신을위해 세상에 내려온 하나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의 삶을 뒤따르고자 모인 사람들이 교회에서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것인가. 무엇이 세상의 사람들로 하여금 교회에 돌을 던지게 만드는가. 신의 아들인 예수께서 골고다로 걸어간 십자가의 길, 예수를 모셨던 제자들이 복음을 전파하기 위해 로마의 핍박에도 불구하고 걸었던 피의 가시밭길은 어느새 성경 안에 박제된 채, 우리의 입에서만 부유浮遊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돌아볼 때다. 오롯이 하나님께 돌아가야 할 영광과 경배가 인간에게로 향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예수의 뒤를 따르고자 하는 제자의 마음이 아니라 세상의 부와 명성에 도취된 것은 아닌지 진지하고 낮은 마음으로 고민해 봐야 한다. 그것이 이 시대의 믿음을 회복하는 첫 걸음이다.

댓글
  • 프로필사진 Favicon of http://chleogh.tistory.com BlogIcon 최대호 으악! 4월 초의 새벽녘 이 책 독후감을 쓰고 오랜만에 선생님 블로그 놀러왔는데 대문에 이렇게... 독후감 쓰기 전에 선생님 블로그를 먼저 들르지 않아 다행입니다. 저는 차마 감상은 못 쓰고 요약만 해 두었어요. 이전에는 교회에 관련된 책 독후감마다 특정 단체가 신고를 해서 차단이 됐었던 탓에 이번에는 원문을 따로 저장해 뒀는데요, 요새 많이 논란에 오른 이 책의 독후감이 이렇게 잘 살아있는 것을 보니 괜한 걱정이었나 싶기도 합니다. 아무튼 또 배우고 갑니다. 2014.04.05 06:48 신고
  • 프로필사진 Favicon of http://bookplayground.com BlogIcon 한량의독서 안 그래도 선생님 블로그의 포스팅이 여러차례 공격 받은 걸 본 적이 있습니다. 정당한 문제제기나 비판을 사탄의 소행으로 치부하고 입을 닫으려는 시도는 사실 민주적 질서를 부정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하나님이 진정 기뻐하실지 생각해보면 저는 매우 회의적으로 봅니다. 그러나저러나 선생님과 저의 독서리스트는 겹치는 부분이 많아 저도 매우 놀라고는 합니다 :) 2014.04.05 12:37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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