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이상한 나라의 경제학

저자
이원재 지음
출판사
어크로스 | 2012-02-20 출간
카테고리
경제/경영
책소개
왜 하버드생들은 맨큐의 경제학 수업을 거부했을까?아이폰 한 대에...
가격비교

 

경제가 뭐라고 생각하나?

 

대학 전공수업을 가면 많은 교수들이 1번으로 묻는 질문이었다. 경세제민經世濟民의 약자라는 고전적 해석에서부터 잘 먹고 잘 사는 방법을 연구하는 학문이라는 개똥철학까지 다양한 의미가 부여됐다. 그만큼 경제라는 것에 대한 정의는 다양하고 한 마디로 정의하기란 쉽지 않다. 수많은 정치인들이 '경제전문가'를 자처하면서 경제문제에 집중하는 흉내를 내고 있지만 정작 경제는 좋아지지 않고 일자리는 늘지 않는다. 내 월급은 오르지 않는데 생활물가는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서울에서 내 집 한 칸 마련하는 것은 이제 거의 불가능에 가까워지고 있다. 열심히 일하고 노력하면 뭐든지 잘 될거라고 생각하며 어려운 시간을 견뎌왔는데, 매번 '경제위기다'며 더욱 더 허리띠를 졸라맬 것을 요구하는 사회라면, 문득 의심이 든다.

 


도대체 경제는 언제 좋아지냐?

 

<이상한 나라의 경제학>은 바로 이 질문에서부터 시작한다. 경제성장률과 국민 1인당소득 같은 수치는 계속 증가한 것으로 발표되고 있음에도 정작 내 살림살이는 좋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이상한 현실. 몇몇 기업이 사상최대의 실적을 냈다고 팡파르를 울리고 모두가 박수치지만 정작 내 지갑엔 큰 변화가 없는 일상. 그것은 이미 경제학이 사람들에게 현실경제의 올바른 정보를 제공할 능력을 상실했음을 의미한다. 현실을 있는 그대로 해석하고 분석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한 목적과 이해관계가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 결과, 경제지상주의가 판치는 오늘날 가장 이데올로기적인 학문으로 변질된 것이 경제학이다. <이상한 나라의 경제학>은 바로 이 지점에서 유력언론과 주류경제학이 말해주지 않는 사실들을 적고있다. 곰곰이 생각해보고 따져보면 지극히 단순하지만 왜곡된 정보유통구조로 인해 착각하고 지냈던 그런 사실들.

 

삼성전자의 외국인 지분율은 2011년 9월 25일 현재 51%이다. 정작 이익의 절반은 한국 사회의 몫이 아니다. 사상 최대 이익을 냈다는 말은 사상 최대 주주 이익을 실현했다는 말이다. 그런데 그 주주 가운데 절반이 외국인이다. 게다가 국민의 대부분은 그 나머지 주주에도 끼지 못한다.

 

......

 

여의도 정가에는 '정몽준 효과'라는 농담이 나돈다. 299명의 한국 국회의원들은 매년 재산 공개를 한다. 그런데 정몽준 의원 한 명이 국회의원으로 당선되느냐 아니냐에 따라서, 의원 1인당 평균 재산이 100억원이 오르내린다. 현대중공업의 대주주이기도 한 정 의원의 재산이 3조 원에 이르기 때문이다. 의원 298명의 재산 합계가 0이라도, 정 의원 한 명 때문에 한국 국회의원 평균 재산 보유액은 100억 원이 된다. 이런 상황이라면 1인당 평균은 거의 의미가 없다.

 

GDP측정 때도 마찬가지다. 억만장자가 늘어나면서 1인당 국민소득이 오르는 경제와, 중산층이 두터워지면서 그런 현상이 일어나는 경제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다. 이런 내용을 GDP는 빠뜨린다. 그러다 보면 경제는 자꾸만 왜곡되는데 측정되는 성과는 좋아지는 역설이 나타난다.

 

- 이원재, <이상한 나라의 경제학>, 어크로스, 2012

 

저자의 표현대로 조기축구회와 같은 생활체육은 내버려두고 엘리트체육에 집중투자한 결과, 한국대표 박지성 선수 같은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명문구단 선수를 배출해낼 수는 있었다. 한국축구의 위상도 조금 올라갔다. 문제는 박지성 선수가 잘 살게 되긴 했지만 조기축구회 회원들이 그 덕을 보거나 생활체육의 저변이 개선된 것은 거의 없는 것처럼, 한국대표기업들이 성공했다고 일반시민들이 부자가 되거나 살림살이가 나아진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그들을 통해 심리적 대리만족을 조금 누렸을지는 모르지만.



성벽 안 사람과 성벽 밖 사람들


저자는 현재 한국인의 삶이 지나친 생존경쟁으로 내몰려 있음을 지적한다. 먹고 살만한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 성문 안으로 들어가기 위한, 혹은 성문 밖으로 밀려나지 않으려는 투쟁은 '이태백'과 '사오정'같은 신조어로 회자된지 오래다. 평온한 가나안 성벽 밖은 늑대나 이리같은 맹수가 어슬렁거리고, 마실 물조차 쉽사리 구하기 어려운 혹독한 광야다. 이곳으로 밀렸거나 원래 살고 있던 사람들은 낮은 보수와 오랜 근무시간으로 고통받고 있다. 생존이란 절대명제 앞에서 각자도생各自圖生을 하고 있는 판국에 기초생활수급자나 노인 같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는 낭비로 보인다. 아니, 솔직히 말하자면 공짜밥 같아서 배아프다. 사회적 신뢰가 무너진 성밖 경제에서 보편적 복지란 구호가 빚 좋은 개살구인 이유다. 각자가 매고 사는 생활의 무게는 그렇게 무겁다.


한국 경제는 두 개로 나뉘어 있다. 그리고 둘 사이에는 건널 수 없는 성벽이 세워져 있다.


하나는 수출 대기업 및 이들을 보조하는 1차 협력업체, 금융권, 컨설팅 등의 서비스, 공공 부문의 '성벽 안 경제'이다. 이 네트워크에 정규직으로 고용되면 그나마 안정적인 고임금을 50대 초반까지 유지할 수 있다. 대체로 1인당 국민소득 이상의 수입을 얻고 있으며, 그만큼의 생산성을 내고 있는 부문이다.


다른 하나는 그 나머지인 '성벽 밖 경제'다. 20대 초중반에 성벽 안으로 진입하기 위해 치열한 투쟁을 하다가 패배한 사람들이 여기 속한다. 또 성벽 안에 안주하지 않으려 스스로 사업을 일으키기로 결심한 기업가가 여기 속한다. 또 50대 중반 이후에는 자영업과 비정규직 등 수입과 고용안정성이 둘 다 떨어지는 방향으로 직장을 옮기게 된다. 여기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낮은 소득을 얻으며, 늘 생산성이 낮다는 손가락질을 받는다.


- 이원재, <이상한 나라의 경제학>, 어크로스, 2012


남의 일이 남의 일 같지 않다


저자는 애덤 스미스로부터 시작된 고전파 경제학과 현대의 주류로 자리잡은 신고전파 경제학의 가르침이 사람들의 탐욕을 합리화할 명분을 줬다고 말한다. 2008년에 미국을 시작으로 전세계를 강타한 금융위기가 좋은 예다. 탐욕의 패러다임은 금융회사는 물론이고 일반 제조대기업과 소비자 개개인마저도 지배했다. 금융회사와 제조대기업은 덩치를 키우면서 소비자의 탐욕에 불을 질렀고 소비자는 필요이상의 소비에 열을 올리는가 하면 각종 금융상품에 적극적인 투자자로서의 역할을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교묘한 마케팅과 이를 뒷받침하는 이론의 개발이 동시에 진행됐고 사람들은 뭣에 홀린 듯 합리적 이기심만을 추구하는 호모 이코노미쿠스로 변신했다. 


아이슬란드와 아일랜드와 월가에서 일어난 일은 남의 일이 아니다. 사실 미국 경제에서도 진행된 일이다. 한 때 어업으로 성실하게 먹고살다가 투기꾼으로 돌변한 아이슬란드 어부의 모습은, 한 때 자동차와 가전제품을 땀 흘려 만들었지만 이제 보유 주택 가격 상승과 뮤추얼펀드 수익률에 목숨을 걸게 된 미국 노동자의 모습에 겹친다. 미국은 한 때 세계의 공장 노릇을 했던 제조업 강국이었다. 그러나 시장만능주의를 부르짖으면서 제조업은 사라지고, 전 국민이 주가와 부동산 가격에 환호하더니 이내 절망하는 사회로 변했다. 한국경제에서도 그와 비슷한 일이 진행되고 있다.


- 이원재, <이상한 나라의 경제학>, 어크로스, 2012


대다수 한국인들에게도 예외는 아니었다. 재테크 광풍이 불더니 많은 이들이 열심히 일하기보다는부동산과 잘 알지도 못하는 각종 금융상품 투자하면서 대박의 꿈을 꿨다. 자기계발서의 80% 이상은 '100억 부자 이야기'류의 재테크 서적이었다. 물론 현실에서 대박의 꿈은 못이룬 꿈으로 남았을 뿐이지만 말이다. 이미 해외의 많은 나라가 그 선례를 남겼지만 우리는 그 교훈을 배우는데 인색했다. 항상 남의 일로 남을 수 있을까. 한국인의 뒷모습에서 아이슬란드와 아일랜드, 미국의 오마쥬가 느껴진다.



다른 모델을 고민할 수는 없는가?


저자가 대안으로 든 착한 경제의 모델 중 하나는 한국에서 이제 겨우 걸음마 수준인 협동조합이다. 가끔 보이는 협동조합 매장에 가면 신선한 채소와 각종 식품들이 착한 가격으로 놓여있다. 일반 대형마트에 비해 가끔 비싸기도 하지만 값이 폭등했을 때도 (대형마트는 값이 비슷하게 올라간다) 원래 수준과 비슷한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는 점을 고려하면 리스크와 비용 대비 훌륭하다고 할 수 있다. 고작 조합비 몇 만원 납부하고 조합원이 되기만 하면 그 혜택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업무를 담당하는 단위신협 역시 우리 근처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 이것 역시 금융협동조합의 일종이다. 오스트리아, 핀란드,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네덜란드와 같은 유럽국가에서는 금융협동조합의 시장점유율이 25%를 넘는다고 한다.


이와 같은 협동조합의 가장 큰 장점은 주주를 위해 이익을 내고 배당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이익이 나도 재투자로 이뤄지며, 그 과정의 결정에 있어 수평적인 의사결정체계가 갖춰져 있다는 점이다. 인간의 탐욕을 부채질하고 지나친 경쟁을 부추키는 지금의 시스템을 벗어나 상호간 복지와 이익증진을 목적으로 협력한다는 면에서 분명히 협동조합 모델은 강력한 대안으로 고려해보지 않을 수 없다. 특히 탐욕과 경쟁의 시스템이 환경파괴와 빈부격차 확대, 사회적 불안 증가를 초래했다는 점을 상기해보면 이는 반드시 필요하다고도 할 수 있다.


안철수와 스티브 잡스가 희망이라고?


잘 나가던 이 책에서 조금 뜬금없는 데가 '챕터 10 안철수와 스티브 잡스'다. 저자의 일관된 주장대로 기존 거대기업들이 주주가치 증대를 목적으로 하다보니 주주이익극대화와 사회적 책임 방기로 이어졌다는 평가는 타당하다고 본다. 그런데 그렇지 않은 기업과 기업가들이 있다면서 든 사례가 안철수와 스티브 잡스라는 부분에서는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그러나 스티브 잡스와 안철수는 '기업은 영혼이 있다'는 사실을 온 몸으로 보여준다. 잡스는 혼신의 힘을 다해 신제품을 개발한다. 그게 이익으로 연결될지 아닐지는 불확실하더라도 최고의 제품만을 만든다는 자존심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안철수는 당장 이익이나 주식 매각 차익을 챙기는 데는 도움이 되지 않더라도, 투명한 경영 프로세스를 갖추고 경영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는 정직하고 선한 의지를 가진 기업과 기업가를 이야기한다. 또 그런 조직과 사람이 성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재벌기업처럼 탐욕스러운 성공이 아니라, 적절한 범위에서의 상식적 성공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 이원재, <이상한 나라의 경제학>, 어크로스, 2012


이 챕터를 통해 스티브 잡스와 안철수에 대한 저자의 긍정적 평가는 조금 불편할 정도다. 날카로운 관점을 잃지 않던 저자가 갑자기 급 찬양모드로 돌변한 것은 그들에게서 현실적인 대안을 발견했기 때문일지 모르겠다. (실제로 저자는 지난 대선 당시, 한겨레 경제연구소장직을 그만두고 안철수 캠프로 합류하기도 했다) 헌데 '재벌기업처럼 탐욕스러운 성공이 아니라, 적절한 범위에서의 상식적 성공'이 성벽 밖에서 떨고 있는 한국인들을 구원할 모델인지에 관해서는 좀 더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노조에 대한 생각을 묻자 "그럼 회사 접어야죠"라는 답변을 했다는 안철수 씨의 발언논란(딴지일보 정치부장이라는 박성호 씨의 주장) 1)이나 대선을 앞둔 그의 저서 <안철수의 생각>에 드러난 삼성 관련 노조에 관한 애매한 입장 등을 고려해보면, 탐욕스럽지 않고 적절한 범위 내에서 이뤄진 안철수의 성공에서' 탐욕스럽지 않고 적절한 범위 내'는 과연 어느 정도를 말하는지 궁금하다. 스티브 잡스가 CEO를 지낸 애플사도 마찬가지다. 애플의 하청업체인 폭스콘에서 연이어 노동자들이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하자 노동자 인권을 탄압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지만 2) 애플은 이를 외면했었다. 이 정도가 적절한 범위이며 상식적인 선이라는 저자의 말에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다. 오늘날의 지구에서 벌어지는 대다수의 비극은 사람에게 드는 돈을 줄이고 노동자의 권리를 통제해서 문제를 해결하려는 탐욕에서 벌어졌음은 저자 스스로가 이 책에서 스스로 증명하지 않았는가. 


1)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15590

2) http://sbscnbc.sbs.co.kr/read.jsp?pmArticleId=10000565681

댓글
댓글쓰기 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