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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야 여우야 뭐하니

저자
조영아 지음
출판사
한겨레출판 | 2006-07-18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2006년 한겨레 문학상 수상작인 《여우야 여우야 뭐 하니》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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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야 여우아 뭐하니. 동요 제목 같기도 하고 이혼 후 재기한 톱스타가 주연을 맡았던 어떤 드라마가 떠오르기도 한다. 제11회 한겨레 문학상 수상작인 <여우야 여우야 뭐하니>는 작가 조영아가 써낸 성장소설이다. 즉, 같은 이름의 동요나 동화, 드라마를 찾았다가 이 포스팅을 발견한 독자라면 주소를 잘못 찾아오셨다는 말씀이다. 게으르다보니 읽고도 소개하지 못하는 책이 많아 연속 포스팅을 한다.

 

성장소설이 그렇듯 <여우야 여우야 뭐하니>의 화자는 초등학교 마지막 겨울방학을 보내고 있는 예비 중학생 소년이다. 주인공 상진은 폭파해체 작업을 하다가 다리를 못 쓰게된 아버지와 정신지체가 있는 형(주인공은 모호면이라고 부른다), 그래서 더욱 악바리처럼 버틸 수밖에 없는 엄마와 함께 청운연립 옥탑방에 살고 있다. 아래층에는 상진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동년배 소녀 소연이가 살고 있고 근처 뒷산의 판자집에는 색소폰을 부는 노인 '전인슈타인'(외모를 보고 주인공이 전인권과 아인슈타인이 섞인 것 같다하여 지은 이름이다)이 살고 있다. 샛길에는 상진이 좋아하는 전자오락을 할 수 있는 샛별문구가 있고 거기에는 본드냄새에 취한 곱추여자가 살고 있다. 몇 안되는 인물과 공간 속에서 상진은 오늘도 이해할 수 없는 것들 때문에 고민이 많다. 그리고 어른이란 사람들은 바보라고 결론 내린다.

 

익숙한 것에서 벗어나면 두려움이 생기지만 그것은 새로운 관점과 생각을 가능케 한다. 아이의 눈으로 바라본 세상 역시 어른의 그것과는 전혀 다를 수 있다. 이제 막 비밀이 생기기 시작하고, 두려움과 슬픔이란 것을 조금씩 느낄 수 있는 어른으로 성장해 나가는 주인공을 동생처럼 바라볼 수 있는 것은, 누구나 겪었던 자신의 아슬아슬하고 힘들었던 시절이 생각나기 때문일게다. 그리고 그 시절처럼 순수하지 못한 자신을 발견한다. 매우 단순한 상진의 깨달음 하나가 세월의 파도에 밀려 어느새 어른의 탈을 뒤집어 쓰고 있는 자신의 현재 모습을 되돌아보게 하는 것이다. 상진의 눈은 독자의 눈이되어 어느새 유년시절을 헤매고 다닌다.

 

옥상은 세상 구석구석 숨어 있는 비밀을 내게 누설했다. 요즘 나는, 내가 이 옥상 위에서 살고 있다는 사실에 진심으로 감사한다. 큰다는 건 어쩌면 그만큼 비밀을 많이 간직한다는 걸 의미하는지도 모른다.

 

.............

 

이틀 후 졸업식이 있었다. 졸업식도 내게 특별하지 않기는 마찬가지였다. 다른 친구들이 가족들에게 둘러싸여 알록달록한 꽃다발을 들고 사진을 찍는 동안 나는 슬그머니 운동장을 빠져나왔다. 교문을 나서기 전에 뒤를 돌아보았다. 혼자서 걸어나가야 하는 이 길이 두려웠다. 돌아서서 뛰기 시작했다. 조금씩 슬픔이 밀려왔다.

 

- 조영아, <여우야 여우야 뭐하니>, 한겨레출판, 2006

 

자신의 바지를 벗기고 고추를 만지려 한 곱추여자, 포장마차에서 알지도 못하는 사내들의 손을 강하게 뿌리치지 못하는 엄마, 집에서 매일같이 64빌딩의 도면만 들여다보는 아버지, 가끔씩 택시기사 남자가 찾아오는 아래집 여자 등 상진의 주위에는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 뿐이다. 어른들은 그것을 당연하듯 살아가고 있지만 상진의 눈에는 바보같은 사람들일 뿐이다. 가끔은 친구처럼 무언가를 공유한 것 같은 친근함을 주면서도, 또 가끔은 정말 너무나 답답하고 화가나게 하는 사람들이기도 하다. 언젠가 상진이 그들을 이해하게 됐을 때 상진은 비로소 어른이라는 타이틀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을 이해할 수 있을 때. 그것이 어른이라는 사람들이 가진 슬픔과 외로움, 두려움의 뿌리라는 것을 깨달을 때.

 

하지만 상진은 아직 초등학교 마지막 방학을 보내고 있는 소년이다. 어른이 된다는 것, 책임을 짊어진다는 것의 의미를 어렴풋이 느끼기는 하지만 그것을 받아들이기엔 아직 이른 때이다. 모든 것이 버겁고 두려울 뿐이다.

 

"이게 머야! 지금부터 성적을 관리해야 된다고 그랬어? 안 그랬어? 너라도 대학에 가야지. 넌 우리 집 기둥이야!"

 

아, 마침내 들어서는 안 될 말을 듣고 말았다. 넌 우리 집 기둥이야. 나는 그럴 생각이 전혀 없었다. 추호도 그러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기둥이고 문짝이고 간에 나는 그냥 '나'이기도 벅찼다. 그런데 '기둥'까지 하라니.

 

- 조영아, <여우야 여우야 뭐하니>, 한겨레출판, 2006

서서히 자신에게 지워지는 책임과 그에 따른 부담감을 느낀다는 것은 이미 상진이 어른이 되기 시작했다는 얘기일 것이다. 하지만 그런 것보다 상진의 머리 속을 지배하는 건 아래층 소연이의 출렁거리는 가슴이다. 소연이를 생각하며 빳빳해진 고추를 잡고 열병을 앓는 상진은 몸도, 마음도 아직은 어른이 되기에는 미숙한 소년이다. 전인슈타인에게 상담받은 대로 용기내어 소연이에게 말을 걸어보지만 돌아오는 건 바보취급 뿐이니. 소년의 성장통은 이제 막 시작일 뿐이다.

 

청운빌라의 건물주가 부도를 내며 청운빌라는 철거의 운명에 처해진다. 덕분에 상진이네 가족도, 소연이네도 모두 동네를 떠나게 된다. 그 많은 추억을 남긴 동네를 도망치듯 떠나면서 주인공의 유년시절은 마감된다. 단절과 연속이 뒤섞인 그 언젠가에 끝나버린 유년시절의 기억들. 독자님들의 유년시절의 끝은 어디신지 기억나는가? 그 아찔한 이별의 순간은 이후의 삶에 극적인 전환을 가져다 주었을 것이다. 이별 후 유년시절의 기억은 배꼽처럼 뚜렷한 흔적으로 남아 한 평생을 버틸 자양분이 된다. 우리는 그렇게 어른이 됐다.

 

자신의 내면에 걸려있는 거울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여러 명의 내가 들여다 보인다. 여러명의 '나'들은 지금의 나에게 있어 이어진 나도, 끊어진 나도 있다. 지금의 나를 설명하기에 스스로의 과거처럼 풍부한 자료실은 없다. 잘 정리되어 있지는 않은 이 자료실에 우리는 성장이라는 이름의 자료를 가지고 살아간다. 엉망진창으로 널부러진 유년시절의 자료에서부터 청소년, 청년 시절의 기록들까지. 바쁜 일상을 살아가면서 곧잘 잊고는 하지만 우리들 모두는 그렇게 하나의 역사이며 성장의 산물이다. 삶이 비록 외롭고 두렵다 하더라도 그 소중한 사실을 잊지 않고 살았으면 좋겠다. 아이처럼 울고 싶을 때는 울고 힘들 땐 힘들다고 하면서 도닥이고 위로하면서 말이다. 아이가 커서 어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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