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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지옥에서 생지옥으로

한량의독서 2014.10.09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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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집을 평가하려거든 그 집의 화장실을 보고, 어떤 사회를 평가하려거든 그 사회의 가장 밑바닥 약자가 어떤 대우를 받는지 보라"고 한다.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근무한 계약직 여성의 자살사건. 이미 며칠 지나서 대중의 기억에서 지워지고 있을 이 사건이 계속 내 머리에서 빙빙 돌고있다. 가진 것 없는 젊은 세대, 거기에 여성, 또한 (비정규) 계약직이라는 점에서 한국 사회의 마이너이자 약자였던 이 사람의 죽음은 한국 사회를 평가할 수 있는 일종의 바로미터일 것이다.

대기업에 치여 어렵다며 국민들에게 동정표를 구하던 중소기업들의 연합회가 다시 기성세대와 남성, 정규직에게 치이던 젊은 여성에게 그토록 비정했다는 것은 참으로 아이러니다. '지주보다 악독한 마름'이란 말도 그래서 나온 것일지 모르겠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이이제이야 말로 현대 한국사회의 계급 피라미드 하부를 지탱하는 핵심이다. 자본은 소수의 정규직 마름을 선발해 다수의 비정규직 소작인을 착취한다. 미디어와 자기계발서는 '네 노력여하에 따라 정규직이 될 수 있고, 비정규직으로 굴러 떨어지면 본인 탓이다'는 도그마를 주입하는데 성공했다. 이제 이것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게임의 공식룰로 공인 받은 셈이다. 이제 남은 건 생존을 건 정규직 쟁탈전 밖에 더 있는가.

우리는 성공과 출세에 환호한다. 어느 기업에서 일해서, 연봉이 얼마라서 야코가 죽고 야코가 살고. 아마 설국열차의 꼬리칸에서 남의 자식을 잡아먹고 살아남았던 커티스도 처음에는 그랬지 않았을까. 뒤늦게 각성하지만 그마저도 윌포드의 기획 안에서 놀아났음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게 커티스를 비웃을 자격이 있을까?

선배가 그랬다. 결혼은 지옥인데 육아는 생지옥이라고. 웃고 말았지만 한국 사회가 지옥에서 생지옥으로 악의 진화를 하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가진 것이 더 많아질수록, 누릴 것이 더 풍요로워 질수록 사회에 의해 약자로 분류된 자들은 더욱 교묘하고 합법적인 방식으로 배제되고 착취 당한다. 이번 사건은 그런 악의 진화 중에 벌어진 비극의 일단일 뿐이다. 지옥은 아직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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