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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중과의 대화

저자
신장섭 지음
출판사
북스코프 | 2014-08-26 출간
카테고리
경제/경영
책소개
대우그룹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대우의 흔적은 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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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가수 성시경의 콘서트는 연세대학교 노천극장에서 열렸었다. 수많은 여성팬들은 친구들끼리, 팬클럽끼리 삼삼오오 모여들었고 나같이 자의반 타의반으로 끌려온 남성팬(?)들도 상당수 눈에 띄었다. 오후 내내 구름이 잔뜩 껴있던 하늘은 결국 콘서트가 시작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억수같은 비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덕분에 가수 성시경도, 그를 보기 위해 모였던 수많은 팬들도 졸지에 물에 빠진 생쥐꼴이 되고 말았다. 그래도 오빠의 노래를 함께 열창하는 팬들의 얼굴은 행복해 보였다. 성시경 씨도 감동했는지 전에 없던 퍼포먼스와 열창으로 팬들의 마음에 보답했다.


그래도 추운 건 추운거다. 노천극장에 모였던 수많은 팬들이 공연이 끝나자 한꺼번에 몰리며 연대정문 쪽은 매우 혼잡해졌다. 비까지 맞은 터라 한여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추위로 다들 떨고 있었다. 연대 동문회관 쪽 후문으로 빠지는 길을 선택한 덕분에 지나는 택시를 바로 잡아탈 수 있었다. 택시기사는 나이가 지긋한 중년남성이었는데 우리가 택시를 타자마자 왜 이렇게 차와 사람이 많은지 물었다. 노천극장에서 유명가수의 공연이 있었다 답하자 그는 '김우중 회장님'이라는 말을 꺼냈다. 김우중 회장님이 연대 출신인데 땅도 기부하고 장학금도 많이 기부했다는 등 회장님 자랑에 여념이 없었다. 덕분에 우리는 그의 말을 듣고 있을 수밖에 없었지만 그가 보인 회장님에 대한 존경심은 대우그룹이 해체되고 1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유효해 보였다.


대우. 그리고 김우중. 이미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을 거라 생각했던 이름들이 다시금 주목 받고 있다. 아직도 일각에서는 도피자이며 추징금을 내지 않는 범죄자로 취급하고 있지만 또 다른 한 편에서는 세계경영을 꿈꾸던 한국 굴지의 기업과 기업가로 기억할만큼 아직까지 논쟁의 대상인 대우와 김우중. 역사의 평가는 아직 완료되지 않았다. 대학강연 등으로 다시금 활발한 사회활동을 재개한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하 김 회장)의 행보와 발맞춰 신장섭 싱가포르 국립대 교수(이하 신 교수)가 펴낸 <김우중과의 대화>는 김우중 회장과 대우에 대한 논란에 불을 지폈다.


이 책의 부제인 '아직도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처럼 신 교수와의 대화에 임한 김 회장은 여전히 열정에 차 있는 청년이었다. 노인이라는 것이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현실에 대한 분석 역시 탁월했다. <김우중과의 대화>를 재벌회장과 CEO에게 권하는 이유도 역시 여기에 있다. 단순히 당장의 성과와 손익계산서만 보는 경영이 아닌, 명예와 국가경제를 위한 경영을 강조하는 김 회장의 철학을 현직에 있는 경영자들이 배운다면 고용과 관련한 개선이 가능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든다. 본문에서 이어진 대화에서 김 회장은 반복적으로 돈보다는 명예를 우선하는 경영을 해야한다고 강조한다.


기업인들이 먼저 생각을 올바르게 해야 돼요. 명예를 위해 일하는 거냐, 돈을 위해 일하는 거냐. 여기에서 차이가 나는 거에요.


- 신장섭, <김우중과의 대화>, 북스코프, 2014, 339p.


그간 IMF 외환위기 사태와 연속으로 이어진 재벌기업들의 도산에 대한 분석은 꾸준히 이어져 왔다. 정부와 언론은 재벌대기업의 문어발식 확장과 과다한 채무수준을 원인으로 지적했고, 현재도 많은 사람들이 그런 설명에 동조하고 있다. 하지만 <김우중과의 대화>를 읽다보면 대우그룹의 해체과정에 있어 금융권과 정부정책의 실패에 대한 지적은 없이 일방적으로 기업 측에 잘못을 떠넘겼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김 회장은 '변명같이 보인다'며 이야기를 하려 하지 않지만 대우그룹 해체과정에 대한 신 교수의 질문에 대한 김 회장의 답변을 보면 어느 한 편의 이야기만 듣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새삼 다시 느낀다. 사회의 주류적인 평가에 앞서, 실체적 진실에 접근하고자 하는 독자라면 입장을 비교하는 차원에서 한 번쯤 짚어볼 대목이다. 물론 평가는 독자 개개인의 몫이다.


노동자의 처우와 임금 등에는 가혹하면서도 부당한 방법으로 세습과 탈세를 일삼는 기업인들이 많기에 우리의 반기업정서는 상당히 높은 편이다. 나 역시 기업가와 기업들의 행태를 보는 눈이 그리 곱지 못하다. 한 편으로 우리는 개개인의 임금노동자로서 크던 작던 기업에서 일하며 직업활동을 통해 자기실현을 한다. 마냥 적대시하고 갈등만 해서는 일상의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직장생활이 그저 급여를 받기 위한 수동적이고 지루한 시간으로 전락해 결과적으로 불행한 삶을 살게 되는 것이다. 바람직한 기업의 모습에 대한 청사진을 만들고 그에 따른 합의를 도출해 내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다. 기업이 해야할 여러가지 일들 중에 김 회장이 낸 아이디어는 현실 가능성을 떠나 고려해볼만한 대안이다.


나는 지금 한국의 대기업들이 사회공헌에서 한몫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50%까지는 아니더라도 20%만 내면 큰일을 할 수 있을 거에요. 기업 입장에서는 20% 내면 10% 정도는 세금에서 감면받으니까 실제로 내는 돈은 이익의 10% 정도밖에 안 돼요. 이렇게 낸 돈을 기업들이 각각 사회사업 하는 것보다 한군데 모아서 잘 계획해서 쓰면 할 수 있는 일들이 많이 있을 거에요. 복지문제를 무턱대고 재정에서 다 쓰려고 하면 여러 가지 문제가 생겨요. 효율적으로 쓰이지도 못하고... 국내 대기업들이 힘을 합쳐서 교육이나 의료나 어느 한 분야를 잡아서 모범적으로 제대로 하면 사회적으로 뜻깊은 일이 될 겁니다.


- 신장섭, <김우중과의 대화>, 북스코프, 2014, 293p.


이제는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어 했던 김 회장은 '기업발전과 상생, 그리고 국가발전'이라는 장을 통해 잭웰치처럼 주가를 높이기 위하거나, 사람을 마구자르는 것이 경영이나 구조조정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리고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상생, 동북3성을 경제권으로 편입시켜 남북교류 활성화, 고부가가치 제조업 육성을 통한 수출증대 등을 한국경제의 미래를 위한 청사진으로 제시한다. 물론 현재의 대기업들이 그렇게 할 것인지, 대우가 해체되지 않고 그대로 있었다면 김 회장 역시 그런 선택을 했을지는 미지수지만 말이다.


김우중과 대우라는 이름은 아직도 논란의 중심에 서있다. 대우조선해양, 대우인터내셔널, 대우건설, 대우증권 등 아직도 대우라는 이름을 달고 있거나 두산인프라코어, 쉐보레(GM) 같이 이름만 바뀐 대우계열사들이 여전히 좋은 회사로 남아있는데도 대우와 김우중은 경제위기의 주범, 부실기업과 기업인으로 낙인 찍혀있다. 편가르기 좋아하는 사람들이야 '그놈이 그놈'이라고 매도해 버릴지 모르나 경제성장을 일궈온 세대를 앞장서 살아온 김 회장의 이야기는 귀담아 들어볼 부분이 많다. 물론 해외도피 기간에 대한 해명이 부족하고, 경영상의 문제점에 대한 반성 같은 부분을 찾아보기 어려워 이것으로 오롯하게 대우와 김우중을 평가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이 책은 기업가와 경영자들에게는 상생과 성장을 꾀할 수 있는 아이디어와 철학을, 일반인에게는 단편적으로 알려진 사실에 대한 균형을 제공할 수 있다. 그것만 해도 이 책을 한 번 읽어볼 가치는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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