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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렐라

저자
고함20 지음
출판사
롤링다이스 | 2014-09-12 출간
카테고리
정치/사회
책소개
20대의 노동 -‘알바’ 신데렐라는 어려서 부모님을 잃고 계모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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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싯적에 데모가서 꽃병 한 번 안 던져 본 사람이 어디 있으며, 알바 한 번 아니해 본 사람이 어디있을까. 다들 시간이 지나고 나면 스스로의 과거를 미화하려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그래서인지 당시에는 아무 것도 아니었던 저항 혹은 경험들이 지금에 있어서는 현세대를 반박하는 가장 큰 무기이자 논거로 작용한다. 이명박 대통령이 '그거 내가 해봐서 아는데~'라고 말했던 것처럼 이미 사회에서 어느 정도의 자리를 잡은 이들에게 젊은세대의 아우성은 그저 '예전에 나도 했던 것'으로 둔갑해서 별 것 아닌 것으로 치부되기 마련이다.


지금의 20대가 혹은 (20대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대학생이 특별히 힘들고 어렵다고 말할 수는 없다. 다른세대에 비교해서 말이다. 대학진학은 아예 꿈도 못꾸고 철 나자마자 공장으로 향하던 세대와 비교해서 절대적으로 불행한 세대라고 말하기는 사실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20대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야 한다. 그리고 소통해야 한다. 왜냐하면 기성세대와 20대는 달리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알바가 만든 버거를 먹고, 알바가 내린 커피를 마시고, 알바가 끊어준 영화표를 받고, 알바가 파는 담배를 피우며, 알바가 날라준 맥주를 마시고, 그 모든 것이 계산된, 알바가 뽑아준 영수증을 받아들면서 살고 있지 않은가.


<알바렐라>는 현장에서 알바를 하고 있는 20대들의 목소리를 그대로 담았다. 자본과 고용의 관계에 대한 심도있는 이야기는 없다. 거창한 이야기가 실린 것도 아니다. 그저 자신이 현장에서 경험한 '이야기'가 있을 뿐이다. 고등학교를 갓 졸업하고 대학생이 되어서야 이 사회의 가장 아래쪽에서 첫 노동을 시작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조금 유치하기도 하다. 기성세대의 눈으로 보면 '젊어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데 뭘 그걸 가지고 그러냐'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한강의 기적을 이뤘다는 우리가 우리 부모와 조부모 세대가 겪었을 열악한 노동환경을 그대로 우리의 아이들에게 물려줬다는 사실을 먼저 부끄러워해야 하지 않을까? 화장품공장에서 용기에 화장품을 담는 알바를 경험한 한 렐라 씨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야, 일 똑바로 안 해?!"

"넌 또 뭐 하는 거야, 이 병신아!"


.....


일을 하고 있으면 마치 자신이 타임머신을 타고 1970년대로 돌아간 기분이 들었다. '군대 생활 미리 한다고 생각하지 뭐.' 군대 밖에도 '군대'는 졵했다. 징집된 군인에게도 알바생에게도 불평할 수 있는 권리는 주어지지 않았다. 주어진 상황을 견디고 빨리 익숙해지는 것, 무감각해지는 것만이 가능했다.


- 고함20기자단, <알바렐라>, 롤링다이스, 2014, 56p.


이제 고작 20살을 갓 넘긴 대학생에게 그것은 문화쇼크 였을 것이다. 가정과 학교의 껍질 안에서 이 사회의 민낯을 대면한 적이 없는 그들에게 사회는 노골적이고 폭력적인 방식으로 자신의 맨얼굴을 드러냈다. 그 사회에서 살아가는 기성세대는 야비하고 염치없는 인간들이었을지도 모르겠다. 회전초밥가게에서 일한 한 렐라 씨의 이야기다.


아예 집에서도 CCTV를 볼 수 있도록 설치해놓고 수시로 직원들이 일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 한번은 사장이 매장에 전화를 걸어 알바생 두명을 집에 돌려보내라고 한 적이 있었다. CCTV를 보다가 가게가 한산해지니까 알바생 시급이 아까워 이른바 '꺾기'를 시킨 것이다.


....


사장은 노동법에 적혀 있는 기본적인 사항들도 무시했다. 사실 렐라 씨는 돈도 좀 떼였다. ... 정해진 근무 시간은 밤 열 시까지였지만 손님이 많으면 연장 근무를 시켰고 추가 수당은 모른 척 주지 않았다. 몇 번에 걸쳐 항의했지만, 수당을 지급받은 건 정규직뿐이었고 알바생들은 모조리 수당을 떼어먹혔다. 


- 고함20기자단, <알바렐라>, 롤링다이스, 2014, 72p.


거시적이고 규모가 큰 자본의 악행은 그나마 신문지면과 방송화면에 나가서 사회적인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이에 대한 시정요구도 생겼다. 하지만 이렇게 우리의 일상을 함께 하는 장소들에서 벌어지는 미시적인 문제는 주목받기 어렵다. 그래서 더욱 문제가 심각하다. 회전초밥가게 사장처럼 소규모 악당들이 여럿 뭉친다면 아마 큰 악당 하나 못지 않은 피해를 끼치고 다닐 것이 분명하지만 이에 대한 책임을 일일이 묻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24명의 젊은이들이 전한 알바 현장의 이야기는 실상 이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노동문제와 그리 다르지 않다. 근로기준법 미준수와 터무니 없는 시급수준, 노동력 착취를 위한 갖가지 꼼수, 자의적인 고용관계 등등 이미 사회적으로 문제가 제기된 사안들이 우리가 지나는 길가에 위치한 그 가게들에서도 버젓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만큼 한국사회의 노동문제는 골수 깊이 스며들어있다.


<알바렐라>는 인간극장처럼 감동의 스토리가 아니다. 눈물을 강요하지도 않는다. 그저 덤덤하게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했을 뿐이다. 하지만 이 담담한 자기고백들이 주는 울림은 크다. 이들의 이야기는 나의 이야기이기도 하고, 내 아버지의 이야기일수도 있고, 내 형제의 이야기일수도 있기 때문이다. 알바경험담에서 한국 사회의 노동문제가 집약적으로 드러나고 있다는 현실에서 비애를 느낀다. 이 시대의 노동은 독자님들에게 과연 무엇으로 존재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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