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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한국현대사

저자
유시민 지음
출판사
돌베개 | 2014-07-10 출간
카테고리
역사/문화
책소개
유시민이 보고 겪고 느낀 우리 현대사 55년의 이야기나는 냉정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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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경기도 분당에서 30여분 택시를 타고 이동한 일이 있다. 그 때 손님에게 말 걸기 좋아하는 택시기사님이 내게 재밌는 이야기를 해줬다. 신군부가 집권하고 얼마지나지 않은 80년대 초반, 자기가 어려서 살던 동네에서 장정 여럿이 끌려갔다는 것이다. 자신도 끌려갈 뻔 했는데 지서에 근무하고 있는 작은아버지의 필사적인 구명 덕분에 혐의를 벗고 간신히 위기를 모면했다는 이야기였다. 끌려갔다면 자신은 그 악명높은 '삼청교육대'에 입소해서 살아돌아오지 못했을 거라던 기사님은 거기서 이야기를 끝내지 않았다.


진짜 이야기는 끌려갔다가 돌아온 사람들을 목격한 이야기였다. 효자이며 성실하기로 유명했던 동네 형님이 몇 년 후 동네로 돌아왔는데 폐인이 되어 다시 나타났다는 것이었다. 그 형님은 폭력배도 아니고 삼청교육대에 끌려갈 이유가 없는 사람이라 했다. 그럼에도 그가 삼청교육대에 끌려가 폐인이 되어 돌아온 이유는 언젠가 역사를 들먹이며 나라꼴을 걱정했던 그 말 한 마디 때문이었더랬다. 그것도 현대사를 두고 말을 꺼낸 것이 화근이었다. 그만큼 '현대사를 안다'는 것은 불온한 것으로 여겨지던 시절이 있었다.


한국사회에서 여전히 뜨거운 감자인 한국현대사는 왜 유독 민감한 이슈로 작용하는 것인가. 무엇이 문제여서 그렇게 이견이 크게 갈리고 갈등하며 때로는 불온한 것으로 간주되는 것인가. 식민지로 시작한 근대, 독재와 민주화세력이 갈등하던 개발독재시절을 거쳐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달성했다는 대한민국의 현대사는 그 놀라움만큼이나 수많이 이야기를 내포하고 있다. 이 역사에 대한 평가는 아직 진행 중이고 그 시절을 기억하는 태도도 아직 사회적으로 합의된 바가 없다. 그렇기에 근현대사 교과서와 뉴라이트 교과서가 다르며, 조갑제와 한홍구의 견해에 차이가 크다. 각각이 기억하는 현대사의 편린들이 다를수록 그에 따른 입장차와 갈등은 깊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상대를 바라보는 시각 역시 매우 편협하고 공격적이기 마련이었다.


보수세력에게도, 진보세력에게도 곧잘 욕을 먹는 유시민은 매우 독특한 위치에 서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저서들은 지금껏 사회를 진보시키는 방향의 견해를 유지했다. 그랬기에 <나의 한국현대사> 역시 그런 흐름의 연장선상에 있을 것이라 예상했다. 하지만 그가 바라본 한국현대사는 보수세력이 말하는 것처럼 빛나는 성공의 연속도, 진보세력이 말하는 것처럼 탄압과 압제의 흑역사도 아니었다. 명암이 존재했고, 성공과 실패가 공존했다. 정말 작가가 되기로 마음먹은 유시민은 그 동안의 정치인 혹은 토론진행자로서의 그와는 확연히 달랐다. 저자가 바라본 한국현대사는 어느 한 편의 것이 아니었다.


나는 이 책이 자신의 시대를 힘껏 달려온 동시대의 모든 사람에게 작은 위로가 되기를 기대한다. 아울러 기성세대가 만들어놓은 사회적 환경을 딛고 오늘과는 다른 내일을 만들어갈 청년들에게 의미 있는 조언이 되기를 기대한다.


- 유시민, <나의 한국현대사>, 돌베개, 2014, 17p


시절이 하수상한지라 많은 이들이 역사에서 교훈을 얻으려 하고 있다. 그들이 선택하는 역사에 따라 한국현대사는 어두운 시절일수도, 훌륭한 시대일수도 있다. 아마 이 글을 읽는 독자들에게도 나름의 판단과 생각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누구도 역사를 독점할 수는 없다. 그것이 불통과 단절로 불화하고 갈등하는 한국사회가 소통과 타협의 사회로 나아갈 수 있는 열쇠일 것이다. 같은 시대를 다르게 살아온 이들이 만들어온 역사를 규정하고 거기에서 교훈을 이끌어 내려면 바로 상대의 역사도 한국현대사였음을 인정하는 관용을 가지고 소통하는 것밖에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저자의 말대로 <나의 한국현대사>는 산업화세대에게도, 젊은세대에게도 작은 위로와 조언이 되길 바란 작가 유시민의 진심이 묻어나는 책이다. 산업화 시대의 그림자만을 쳐다보거나 혹은 경제개발의 찬란한 빛만 바라보는 책에 지친 독자라면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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