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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은하철도999의 한장면 캡쳐)


<은하철도999>라는 만화영화를 알고 계신가요? 미스테리하고 매력적인 메텔과 엄마를 잃고 기계몸을 얻어 영원한 생명을 얻으려는 철이의 우주여행을 그린 만화지요. MBC나 EBS에서 방영해 준 적도 있어서 많은 분들이 이 만화를 알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지구를 발진한 은하초특급 999호는 화성을 지나 토성의 위성인 '타이탄'역에 정차하게 됩니다. 그곳의 룰은 간단하지만 무시무시합니다. 타이탄에 있는 사람은 누구나 자기 마음대로 하면 됩니다. 상대를 죽이는 것조차도요. 철이가 타이탄역 광장에 나오자마자 사람이 총에 맞아 죽는 모습을 목격하지요. 하지만 근처의 아무도 살인사건에 신경쓰지 않습니다. 그저 제 갈 길 가고, 제 하고 있는 것 할 뿐이지요. 무조건적인 자유가 위성 타이탄의 법인 것입니다.

우리 사회는 정부와 언론이 말하는 것처럼 '자유민주주의' 국가입니다. 헌법을 통해 다양한 자유를 보장하고 있지요. 다만 그것은 타인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만 허락됩니다. 그것이 법률이 존재하는 이유지요. 무조건적인 자유의 보장은 위성 타이탄에서처럼 '방종'으로 이어지기 마련이니까요. 사람의 생명을 빼앗을 자유는 그 누구도 가지고 있지 못한 것처럼 자유는 절대적인 개념이 아닙니다.

역사에서 피냄새 진동하는 비극이 되풀이되는 이유는 바로 이런 방종이 만연했을 때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우리 근현대사에서 벌어진 제노사이드를 떠올려보시면 이해가 쉬울 것입니다. 공산당을 토벌한다는 명분으로 제주에 상륙한 서북청년단이 공산무장세력이 아닌, 마르크스의 마자도 모르는 양민들을 얼마나 살육했던가요. 제주4.3사건이라 불리는 이 비극을 벌인 서북청년단은 공산당이라는 딱지를 붙여서 살인, 약탈, 강간의 자유를 마음껏 누렸습니다. 자유민주주의 국가를 수호한다면서요. 독자님들은 위성 타이탄의 법이 떠오르시지 않으십니까?

인간이 동물과 다른 점은 조상에게 육체적인 DNA만 물려받는 것이 아니라 시간에 따라 누적되어 온 역사적 DNA를 물려받는다는 데에 있습니다. 오늘, 서울광장에 설치된 세월호 추모 리본을 훼손하려 했고, 백범 김구 암살이 의거라고 주장하는 한 단체가 재건총회를 열었다고 합니다. 그 이름은 바로 서북청년단입니다. 살신보국이라는 글자가 선명한 이들의 휘장에는 기괴하게도 백골이 새겨져 있더군요. 마치 4.3 때처럼 종북좌파세력은 모두 뿌리 뽑고야 말겠다는 결연한 의지의 표명이었을까요. 물론 이들에게는 역사적으로 변종 DNA가 유전됐는지 그 어떤 참회나 반성이 없습니다. 제주의, 거창의, 노근리의 곡소리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걱정이 되고 두렵습니다. 오늘의 대한민국이 내일의 위성 타이탄이 될 것 같아서요. 합법적인 공권력도 제지하지 않는 무법천지의 사람들이 마음껏 자유를 누리는 곳. 우리가 그곳으로 향하고 있는 건 아닌지 철저히 되돌아 볼 때입니다. 혹시 우리는 타이탄역의 광장에서 총을 맞고 쓰러지는 사람을 외면했던 시민 개개인이 아닐까요? 한 극우단체의 부활을 바라보는 시민으로서 여러가지 생각이 드는 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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