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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Lab

1회용품과 사람값

한량의독서 2015.01.14 14:35



어제는 점심으로 쌀국수를 포장해서 사다가 먹었습니다. 우리네 잔치국수도 맛있지만 베트남 음식이라는 이 쌀국수도 뜸하면 생각나는 맛난 요리지요. 유행을 타는 여러 외식 중 아직도 이곳저곳에 베트남 쌀국수 식당이 꿋꿋이 영업하고 있습니다. 베트남 쌀국수는 이제 한국인들의 입맛에 잘 적응한 듯 보입니다.


쌀국수를 다 먹고 나니 빈 포장용기가 남았습니다. 그런데 이 그릇이 말입니다. '1회용품'이라는 이 그릇들이 너무 좋은 겁니다. 품질이던 모양이던 그냥 일반 플라스틱 그릇으로 써도 손색이 없는 제품이 '1회용'으로 사용되고 있었습니다. 그저 편리하고, 설거지나 처리가 귀찮다는 이유로 우리는 소중한 자원들을 1회용이라는 이름을 붙여 고작 한 번 쓴 뒤 버립니다.


결국 이 그릇들은 버리지 않기로 했습니다. 1회가 아니라 깨끗이 설거지만 해서 쓴다면 수십, 수백번도 재사용이 가능한 그릇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지금도 설거지해서 잘 쓰고 있습니다. 1회용품이라는 이름이 가진 착시현상 때문에 우리는 너무 많은 것들을 홀대하고 쉽게 버리며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마치 1회용품처럼 쓰고 버리면 된다는 인식이 팽배합니다. 계약직 혹은 비정규직이나 특수직 고용 노동자들(캐디, 퀵서비스 기사 등)이 그렇지요. 사람조차도 필요하면 계약직이나 비정규직으로 쓰고 필요 없으면 1회용품처럼 버립니다. 베트남 쌀국수 포장용기처럼 몇 번이나 재사용이 가능한데도 말입니다.


고용관계에서만이 아닙니다. 사랑과 우정 같은 인간관계에서도 우리는 편리함과 유용함만 추구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속된 말로 쿨한 관계를 추구하고 질척거리는 관계는 지양하는 것이지요. 자신에게 도움이 되거나 마음이 내킬 때는 관계를 유지합니다. 그와 반대로 책임을 져야 되고 함께 희생해야 할 때가 오면 자연스럽게 관계를 청산하는 거지요. 종이컵을 사용해서 맛나게 커피를 마시지만 그 커피를 다 마시고 나면 미련없이 종이컵을 휴지통으로 던져버리는 것과 같습니다.


탤런트 정애리 씨가 낸 책 이름 <사람은 버리는 게 아니잖아요>처럼 사람은 버리는 것이 아닙니다. 하지만 이 시대는 사람마저 도구나 자원으로 인식합니다. '1회용인간'의 탄생을 비단 시대의 탓만 할 수는 없습니다. 모든 것이 물화物化되어 사물과 사람의 가격을 측정하고 가치를 평가하는 자본주의의 천민화가 고도화된 지금도, 사람냄새 나는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은 분명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오늘 여러분이 사용하고 있는 1회용품들은 그렇게 우리에게 '사람값'을 묻고 있을 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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