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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Lab

복권에 당첨되고도 웃지 못한 이유

한량의독서 2015.02.05 15:50

가끔씩 즉석복권을 삽니다. 물론 꿈자리가 좋다던가 해서 한 두장 재미로 사지요. 거의 본전 찾거나 아님 꽝입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제대로 당첨 됐네요. 무려 3등이 돼서 10만원에 당첨된 겁니다.


난생처음 복권당첨금을 찾으러 은행에 갔습니다. 당첨금이 5만원 이상이면 은행으로 가야 당첨금을 준다고 하네요. 복권을 제출하고 당첨금을 받았습니다. 고맙게도 과표기준은 ₩99,000으로 잡아주네요. 소득세 20%와 지방소득세 2%를 제하고 당첨금을 수령해보니 손에 쥔 금액은 78,220원이 되더군요. 많이 벌고 많이 가진 사람들이 그렇게 세금 피하려고 애쓰는 이유를 조금은 공감해 봤습니다.


개인이던 기업이던 연말정산으로 난리통입니다. 바로 이 세금이라는 녀석 때문이지요. 정부는 한 푼이라도 덜 주려고, 개인과 기업은 한 푼이라도 더 공제받고 환급받으려 애씁니다. 천하에 두려울 것이 없어 보이던 청와대와 국회도 '13월의 세금'에 싸늘해진 여론과 민심 앞에서 바로 정책을 번복하는 작태를 보면 세금, 즉 돈문제는 이념과 성별, 연령 등 그 어떤 차이도 극복하는 위력이 있는 것이 확실합니다.


조금은 슬픕니다. 우리가 공통으로 분노하고 들고 일어날 수 있는게 돈문제 걸린 것 뿐이라니. 세월호 참사가 벌어졌을 때도 (대통령 신년연설처럼) "묵묵히 지켜봐주신 국민 여러분"마저 증세에는 진노하셔서 정권에 부담을 줬다는 것은 이 슬픈 명제의 증거입니다. 어처구니 없는 인재와 그로 인한 사람들의 죽음에는 묵묵할 수 있어도 내 환급금 10만원 줄어드는 건 참을 수 없다는 것이죠.


'부자되고 싶은 욕망'이란 파도에 올라타서 경제대통령이 된 사람이 있었습니다. 최근에 <대통령의 시간>이란 제목으로 비싸고 두꺼운 책을 내서 변명과 자뻑, 정신승리에 여념이 없으시더군요. 사자방이란 말처럼 경제살리기와는 거리가 먼, 권력형 비리와 치부에 집중했던 그는 사실 경제대통령이 아니라 물질에 대한 욕망에 눈이 먼 우리 자신의 아바타에 불과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15년에는 세금 많이 내실 수 있을만큼 형편이 좋아지셨으면 합니다. 22% 세금 내도 많이만 벌면 그만큼 내가 차지할 수 있는 몫도 커지니까요. 다만, 사람답게 벌고 썼으면 합니다. 주변에서 무슨 일이 벌어져도 돈만 벌면 장땡이란 태도는 궁극에 가서는 당신과 당신 주변의 사람들을 불행하게 만들테니까요. 괴물과 싸우다 괴물이 되면 안되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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