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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시간에 강남이나 종로 일대처럼 회사가 많은 곳에 가보면 식사하러 나온 직장인을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들은 거의 자랑스레 '사원증'을 걸고 밖에 나옵니다. 목걸이형은 물론 교복에 붙어있을 법한 네임택 모양까지 형태는 다양합니다.


다양한 형태와는 다르게 사원증을 걸고 밖에 나오는 이유는 비슷할 것 같습니다. 크고 이름난 회사일수록 그 착용 빈도가 높지요. 반대로 작고 이름없는 회사면 직원들이 적극적으로 착용 빈도를 줄이기 때문입니다. 


취업난이 심각하다 못해 절망적인 지금, 좋은 회사를 다닌다는 것은 스스로의 자부심이자 안도감의 표시겠지요. 페북이나 카스에 여행지에서 찍은 사진 올리는 심리와 딱히 다르지 않습니다.


저도 목걸이형 사원증이 있습니다. 하지만 가방 안에 모셔둘 뿐이지요. 출퇴근 할 때만 쓰고 맙니다. 다른 필요가 있어도 그냥 주머니에 넣어뒀다가 쓰지요. 고교 때와 군복무 시절을 제외하고는 굳이 내 이름 박힌 무엇을 외부에 노출하고 다닌 일이 없습니다.


'싫어했다'고 하는 편이 더 정확합니다. 고교나 군대에서 내 이름을 밖에 써놓은 공통적 이유는 윗사람이 관리하기 편하기 때문이라고 봤기 때문입니다. 개인을 관리와 통제의 대상으로 볼 뿐, 개인의 개성과 자유를 존중하지 않던 시절을 되풀이하기 싫었기 때문입니다. '직원로서의 나' 이전에 '존재 자체로서의 나'가 존재했기 때문에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강아지나 고양이의 목줄과 인간의 사원증을 얼핏 비교해보면 스스로의 신분을 증명한다는 공통점만 보기 쉽습니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왜 그 명찰이 그곳에 자리하는가의 이유는 분명히 다릅니다. 자발성의 영역에서부터 그 사회적 기능까지요.




1984

저자
조지 오웰 지음
출판사
민음사 | 2007-03-30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동물농장』과 함께 조지 오웰을 대표하는 작품으로, 전제주의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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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퇴근 이후에도 자랑스럽게 사원증을 내걸고 다니는 사람들의 '자발성'에 특히 주목합니다. 그들의 마음을 헤아려보면, 영국 소설가 조지 오웰의 <1984>의 한 장면이 떠오르기 때문입니다.


우선 자네가 알아야 할 건 권력이란 집단적이란 사실일세. 개인은 오직 개인임을 포기할 때만 권력을 갖게 되지. '자유는 예속'이라는 당의 슬로건을 알고 있지? 혹시 그것을 뒤집어서 생각해본 적이 있나? 예속은 자유라고 말일세.


- 조지 오웰, 정회성 옮김, <1984>, 민음사, 2003, 469p.


크고 강한 조직의 한 구석 자리를 꿰어찼다는 권력에의 빙의, 나는 당분간 안전하다는 안도감으로부터 느껴지는 자유. 이런 것들이 '자발성'의 이유가 되고 있지는 않는지 묻고 싶습니다. 그리하여 윈스턴 스미스(1984의 주인공으로 당에 반역죄를 저질러 심문 받습니다)가 질문 받은대로 예속을 자유라고 믿고 있는 것인지까지도 말입니다.


지하철 앞에 서있는 주임 아무개 씨를 보고 든 생각이지만 그에게 이 질문을 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의 눈빛과 전화통화 내용은 아무래도 그가 '오세아니아의 당이 요구하는 슬로건'(자유는 예속)을 체화한 사람일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섭니다. 그의 블랙네임택이 더욱 검어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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