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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차 학교를 가는 일이 가끔 있습니다. 한 번은 어느 초등학교에 갔는데 실제 사람크기만한 마네킹 사진이 서있는 것이었습니다. 그는 다름아닌 그 학교 담당 경찰관이었습니다. 학교폭력 담당 경찰관이라고 적혀 있었던 것 같습니다. 밝게 웃고 있는 경찰관의 표정과 다르게, 제 마음은 '학교문제에까지 경찰관이 간섭해야 하는 시절인가'라는 생각이 들어 무거웠습니다.


이지메의 구조
국내도서
저자 : 나이토 아사오 / 고지연역
출판 : 한얼미디어 2013.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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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토 아사오內藤朝雄 교수의 『이지메의 구조』를 읽고난 뒤, 그 생각이 얼마나 짧은 생각, 아니 잘못된 생각이었는지 알게 됐습니다. 학교내 따돌림 문제나 폭력의 수준은 그냥 방치해서는 안되는 수준입니다. 피해 당사자에게는 생을 포기할만큼 큰 고통이니까요. 그럼에도 낭만적인 감상에 사로잡혀 마냥 간단하게만 생각했던 게 불찰이었습니다.


이제 따돌림과 폭행 등의 문제를 책에서와 같이 '이지메'라고 부르겠습니다. 이지메가 단순히 강한 아이가 약한 아이를 괴롭히는 것이라고 보는 편협한 시각은 문제의 해결을 어렵게 합니다. 마치 가해학생 엄마가 '우리 아이는 착한데 친구를 잘못 만나서'라고 변명하는 것만큼이나 말이죠.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에서 한나 아렌트가 말했듯이, 어떤 악인惡人이 있어 그가 모든 잘못의 원인이라고 보는 것은 무의미합니다. 어떤 구조와 시스템 안에서 그렇게 행동하도록 방치한 탓과 성찰하지 않는 개인의 잘못이 있을 뿐이죠. 이지메의 문제도 근본적으로는 이와 같다고 나이토 아사오內藤朝雄 교수는 말합니다. 특히, 개인의 문제보다는 이지메가 발생하도록 만들고 방치하는 인간의 심리적 매커니즘과 교육제도·시스템에 주목합니다.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을 따돌려서는 이지메가 되지 않죠. 기본적으로 한 사람 혹은 아주 소수를 상대로 몇몇 주동자를 위시한 절대다수가 행하는 형태입니다. 그 형태는 폭력을 행사하는 것 이외에도 협박 등을 통해 공포심을 주거나, 욕설·비하로 언어적 공격을 한다던지, 굴욕감을 줄 수 있는 행동을 강요하는 등 다양합니다. 이런 행동에 놀란 외부인들의 지적이나 비판에 가해당사자들은 '왜 문제가 되는지를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입니다.


그들에게 있어서 가장 '그른'것은, 집단 구성원이 서로 공명하는 세계에 금이 가는 행동을 하는 것이다. 그들은 인권이나 휴머니즘을 생리적으로 혐오한다. 그런 것들은 그들 나름의 윤리질서에 비춰봤을 때 정말이지 '그른'것이다.


- 나이토 아사오 저, 고지연 역, 『이지메의 구조』, 한얼미디어, 2013, 30p.


즉, 학교내 이지메를 하는 아이들도 (그것이 옳던 그르던) 제 나름대로의 규칙과 룰에 의해서 행동한다는 것입니다. 저자는 이것을 '군생질서'라고 명명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군생질서에 익숙하고 그것을 따르는 사람의 관점에서 사회 일반의 가치와 규범에 대해 거부감을 갖는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저자는 군생질서에 순응하는 학생들의 심리를 분석하는데, 이를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집단으로서의 전능감'안에서 개인의 안전을 도모하고자 하는 심리라고 말합니다. 학생들은 학교라는 폐쇄적인 공간에서 제한적인 인간관계만을 강요받게 됩니다. 이런 환경에서 서로에 대한 공포와 경계 때문에 무리를 짓고 그안에서 불안을 떨치고 싶어하지요. 그렇기 때문에 약한 아이 한 명이 희생양이 된다면 주동자 외에도 다수가 이에 편승해 버립니다. 자신은 따돌림 당하는 쪽이 아니기 때문에 안전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말입니다. 집단화된 이런 행위들은 집단의 힘을 증명함과 동시에 희구의 대상이 됩니다. 피해학생을 어떻게든 파괴하고, 자신의 의지대로 움직일 수 있는 전능함을 맛봄으로써 만족감과 안정감을 얻는 것입니다.


허나 저자는 이지메가 인간본성에 따른 자연적인 발화가 아니라고 봅니다. 악한 내재태內在態는 있을 수 있으나, 어디까지나 내재태가 발현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기에 발생하는 특수한 현상이라는 것이죠. 가해자들은 환경변화에 따른 이해관계의 변동에 따라 재빨리 태도를 수정하거나, 피해자에서 가해자로 돌변하기도 하는 것이 그 증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수없이 많은 유태인을 가스실로 보내는데 열심이었던 아이히만이 전쟁이 끝나고 남미로 도망쳤을 때 다시 평범하고 사람좋은 옆집 아저씨로 살아갔던 것처럼 말입니다.


보통 가해자들은 위험을 느끼면 재빨리 손을 뗀다. 그 민첩함은 피해자 입장에서도 허망할 정도이다. 손실이 예기되는 경우에는 안전한 대상을 새로 찾아내 그 쪽으로 이동한다. 가해자의 행동은 전능으로 일관하면서도 철두철미하게 이해타산에 기초하고 있는 것이다.


- 나이토 아사오 저, 고지연 역, 『이지메의 구조』, 한얼미디어, 2013, 136p.


그렇다면 우리는 그동안 이지메라는 만행이 벌어지고 있도록 방치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되돌아봐야 합니다. 어떤 특수환 환경과 문화가 이도록 잔인한 행위를 가능하게 했는지 말입니다. 저자는 이런 야만이 기생하는 숙주가 다름아닌 현재의 교육시스템과 초중등학교제도라고 말합니다. 우리가 의무교육이라고 말하는 학교제도를 생각해 봅시다. 그것은 반대로 이야기하자면 개인의 요구나 선호를 무시한 강제교육입니다. 개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낯선 이들과 학교라는 공간 안에서, 그것도 반별로 나뉘어 생활하게 됩니다. 교육현장이라는 이름으로 신성시 되는 학교는 사회와는 다른 분위기에서 폐쇄적으로 존재하며, 그 안에서 발생하는 집단 고유의 논리를 강요하게 되지요. 이것이 바로 이지메의 숙주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지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교육제도와 시스템을 바꿀 필요가 있다는 것이 저자가 제시한 해법입니다. 먼저 급한대로 단기정책을 수립해서 문제를 해결해 나가면서, 중장기적으로 정책과 교육제도의 개혁을 하자는 것인데요. 단기적으로 먼저 교육의 논리라는 미명하에 나름의 논리로 운영되는 학교를 이제는 사회의 논리로 운영하자고 말합니다. 가해자가 교사던 학생이던 지금처럼 쉬쉬하고 넘기지 못하도록 사회와 같이 철저히 법으로 심판하자는 것입니다. 또한 이지메의 숙주가 되고 있는 학급제도를 철폐해서 과밀한 관계를 요구받는 학생들을 해방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중장기적으로는 교육바우처 제도를 시행하여 학생 개개인이 취향과 기호에 따라 교육을 받도록 하자고 말합니다. 쉽게 생각해 보시면 학원 단과반을 수강신청하여 다니는 것과 같다고 보시면 됩니다. 이렇게 운영되는 학교라면 학생은 주변 친구들을 선택할 수 있고, 관계를 강요받지도 않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애초에 강요받는 인간관계에서 발생하는 이지메가 생길 여지가 없어지는 것이지요. 이외에도 몇몇 제안이 있으나 여기서는 교육바우처 제도만 언급하도록 하겠습니다.

저자는 학교와 학생을 상대로 취재와 연구를 하여 이 책을 썼지만 그 의미는 사회 모두에게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보통 우리는 사회생활을 한다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폐쇄적인 집단 안에서 제한된 사람들 사이의 관계에 과밀하여 살고 있기 때문이지요. 직장인, 군인을 생각해 보시면 쉽습니다. 본인의 직장생활이나 군대생활을 가만히 생각해 보시면 분명히 그 안에도 이지메가 벌어지고 있었음을 기억하실 것입니다. 이지메가 발생할 수 있는 환경이나 그 내부의 정치적 관계들이 사회 일반의 상식과 동떨어져 있었음도 말입니다. 따라서 나이토 아사오 교수의 이지메 분석은 사회집단 곳곳의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으므로 어느 독자에게나 유의미한 것이지요.

마지막으로 영미권이나 북유럽의 선진국에서는 이런 현상이 없을 것이라는 환상을 가진 분들을 위해 저자의 말을 전하면서 마무리 하려고 합니다. 저자는 유럽의 학자들을 인용해, 영국에서는 매년 6~7명의 학생이 이지메를 이유로 자살하고 있고, 노르웨이에서는 학생 7명 중 1명이 이지메와 관련돼 있다고 말합니다. 스웨덴은 노르웨이보다 더 심각하다고 하구요.

얼마 전까지 '이지메는 일본 특유의 현상'이라는 선입관이 있었으나, 이는 일정한 환경조건이 갖춰지면 세계 어느 곳에서든 만연할 수 있다.

가령 일본보다 성숙환 사회로 비춰지는 영미권이나 북유럽권에서도 학교가 어린 학생들의 생활 전반을 통제하는 공동체 형식을 취하고 있기 때문에 이지메의 심각성은 꽤 높다.

- 나이토 아사오 저, 고지연 역, 『이지메의 구조』, 한얼미디어, 2013, 30p.

즉, 이지메의 문제는 남녀노소는 물론 국적도 가리지 않는 것입니다. 이지메 문제는 인류보편적인 문제인 것이지요. 제도와 환경을 세심하게 조정하지 않으면 어느 곳에서 어느 때나 발생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글을 읽는 독자님의 속해 있는 그곳에서도 말입니다. 여기서는 간단하게 소개했지만, 보다 깊이 있는 이해를 원하고, 관련 사례들을 검토해 보실 독자시라면 일독을 권할 만한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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