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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거의 없어진 '재래식 화장실'이란게 있습니다. 보기에 흉할 뿐더러 냄새도 고약합니다. 써보신 분들은 그 고통을 잘 아실 겁니다. 헌데 처음엔 고약했던 악취가 그 안에 조금 있다보면 나지 않습니다. 내부의 악취가 후각의 역치를 넘어서는 순간부터 말이죠. 그쯤이면 실제로 악취의 강도가 어떤가에 상관없이 악취가 더이상 악취가 아니게 됩니다. 사람이 느끼기에 말이죠.


익숙해지거나 중독이되면 잘 모르게 됩니다. 둔감해지는 것입니다. 사회의 문화나 분위기도 마찬가집니다. 누군가 한 사회의 문화나 분위기에 익숙해졌다면, 그는 그 사회의 치부에서 풍기는 악취를 느끼지 못합니다. 밖에 있는 사람에게는 여전히 구린내가 진동을 하고 있을텐데요. 화장실 안에서 '아무 냄새 안난다'고 주장해봐야 진실과 거리가 먼 착각에 불과할 것입니다.



그 남자는 왜 이상해졌을까?
국내도서
저자 : 오찬호
출판 : 동양books(동양북스) 2016.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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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소개할 책  『그 남자는 왜 이상해졌을까?』는 '한국에서 남자로 사는 것' 반대로 '한국에서 여자로 산다는 것'을 통해 "진짜 구린내가 안나는 게 맞는가?"를 고찰하고 있습니다. 저자인 오찬호 박사는 자신 역시도 악취에 중독된 남자로서 무디게 살았음을 고백합니다. 그리고 악취로 가득차 있는 이곳에서 온 신경을 곤두세워 악취를 감지하려 노력하지요. 그 결과 당연하게도 악취가 어마어마하다는 평범한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가정, 학교, 직장 등 사회 곳곳에서 말입니다. 특히 그 악취는 여성들에게만 가혹합니다.


책 본문에서도 소개된 내용입니다만, 저 역시 그 악취의 한 부분을 실감한 적이 있습니다. '출산 휴가와 육아 휴직'에 대한 이야깁니다. 여성직원이 70%를 차지하는 이 회사 경영주 A는 직원들의 임신과 출산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인도적인 차원에서는 아니고, '업무를 펑크낸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직원들은 근로기준법이 정하는 바에 따른 당연한 권리를 행사하는데도 경영주의 눈치를 봐야했습니다. 권리를 행사하는 자에게는 승진, 부서배치 등의 인사에서 노골적으로 불이익을 주곤 했으니까요.


한국의 일반적인 기업 분위기지요. 경영주 A도 원래 그런 인물인지라 놀랍지 않았습니다. 흥미로운 곳은 외려 따로 있었습니다. 직원들이 경영주의 몰상식과 불법행위나 남성직원들의 태도에 분노하기는 커녕, "여자는 이래서 안돼"라며 A의 입장과 편견에 동조하는 것이었습니다. 임신과 출산 등을 통해 가장 큰 피해를 입는 여직원들이 A의 논리를 내면화하는 모습에서 큰 모순을 느꼈습니다. 스톡홀름 증후군도 아닌데 말입니다.


'뭔가 분위기와 문화에 중독됐다'. 이런 생각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명백히 자신의 권리가 침해받을 뿐더러 불이익까지 받는 상황인데, 억지를 부리는 상대에게 동조한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설명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남성중심의 편의적인 사고로야 억지로 정당화 할 수 있겠지요. 하지만 정작 억울할 법한 여성들의 이 이율배반적인 태도는 큰 의문점을 남겼습니다. 이 정도로 우리 사회에는 남성중심의 사고방식과 분위기가 팽배합니다. 그것들이 아직 이 사회를 완고하게 지배하지요.


이것이 단지 직장 내에서만 벌어지는 일이라면 그나마 양반일 겁니다. 가정이나 학교 등 우리 사회 곳곳에는 여전히 여성을 향한 뿌리 깊은 편견과 고정관념이 공고합니다. 『그 남자는 왜 이상해졌을까?』에서 지적한 대목들만 곰곰이 생각해봐도,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넘어간 '사소한' 것들이 실제는 사소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여성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기울어진 운동장'을 만들고 유지하는데 큰 역할을 한 것이 바로 우리 사회에 뿌리 깊은 (여성에 대한) 편견과 고정관념들이기 때문이지요. 저 역시 얼마나 무디게 살아왔는가에 대한 성찰을 할 기회를 가질 수 있었습니다.


『그 남자는 왜 이상해졌을까?』는 딱히 본문을 소개하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목차만 봐도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저자인 오찬호 박사는 그 문제들에 대해서 '왜?'라는 질문을 가지고 좀 더 깊이 생각해 본 겁니다. 저자가 던진 질문의 끝에는 '그래서 여자니까'라는 이유 밖에 남지 않습니다. 목차를 한 번 소개해 볼까요?


PROLOGUE 약자의 삶이 익숙지 않은 한국 남자의 딜레마 

Ⅰ. HEAD 머리____“내가 배워야 할 건 군대에서 다 배웠다” 
왜 ‘군대’는 금기어가 되었나? 
군대 다녀오길 정말 잘했구나 
우리는 복종에 찬성합니다 
내가 배워야 할 건 군대에서 다 배웠다 
괴물과 싸우면서 괴물이 되는 남자들 
예비군 훈련과 민방위 훈련이 다를 수밖에 없는 이유 

Ⅱ. HEART 가슴____“나처럼 좋은 남자도 없어” 
‘개저씨’는 혁명의 단어다 
한국 남자들에겐 ‘배신의 DNA’라도 있단 말인가? 
수치심과 폭력을 견디며 남성이 되어가다 
남자는 왜 쓸데없이 당당해서 화를 자초할까? 
초등학교 여교사가 신붓감 1순위인 것은 사실이잖아요! 
누가 ‘김 여사’의 운전을 욕하는가 
남편은 왜 명절 때만 되면 가부장이 될까? 
예쁜 여자 앞에서만 초능력을 발휘하는 남자 
옷을 그렇게 입고 다니니까 성추행을 당하지 
나처럼 좋은 남자도 없어 
남자들은 원래 그래 

Ⅲ. SHOULDER 어깨____ “남자로 살기 너무 힘들어” 
남자로 살기 너무 힘들어 
나는 왜 여학생들을 더 좋아했을까? 
회사에 남자가 많은 건 다 이유가 있다니까 
절대자의 성은 과연 남성일까? 
누가 논개를 기생이라 말하는가 
나쁜 속담들이 없었다고 상상해보자 
요즘 젊은 엄마들이 정말 문제라니까! 

Ⅳ. BACK등____“내가 여자한테까지 무시당해야 돼?” 
동네북이 되어버린 여자들 
여성 흡연자들이 예의가 바른 이유 
술집에서는 왜 ‘이모~’라고 부를까? 
왜 누나는 남동생의 밥을 챙기는 걸까? 
아침 드라마가 막장으로 가는 특별한 법칙 
남자의 호구로 사는 여자들 
기도밖에 할 게 없는 여자들 

EPILOGUE ‘남자답게, 여자답게’는 이제 지겹지 않니? 


고작 2~3년의 군생활 경험을 나머지 50~60년의 삶에 준칙으로 삼던 B씨, 가사를 '도와줬다'며 술자리에서 자상한 남편이자 아버지임을 은근히 자랑하던 C씨, 여자들이 너무 설쳐서 남자들 살기가 힘들다고 하소연하던 D씨 등의 행동이 떠오릅니다. 아마 여성독자시라면 훨씬 많은 사례들이 생각나실 겁니다. 그게 아예 생활일테니까요.


'여자들은 원래~' 같은 말처럼 무식한 발언이 없습니다. 그런 식이라면 '조센징은 원래~', '전라도 사람들은 원래~'나 '흑인들은 원래~'도 옳아야 할텐데요. 지금 이런 말 하고 다니면 "나 무식한 사람입니다"를 공인하는 것과 같지 않습니까? 제대로 된 선진국에서 "흑인들은 원래~"라고 발언했다가는 법적인 처벌도 받을 수 있습니다. 사회적 지탄을 받는 것은 물론이구요. 이런 근거없는 혐오를 대놓고 하면서도 부끄러운 줄 모른다면 어떻게 교양있는 현대인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헌데 현실에서는 이런 무식을 당당하게 주장하는 남성들, 많습니다. 심지어 어느 천박한 선진국에서는 그런 남자가 대통령직에 당선돼서 취임하기까지 했지요. 비슷한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소위 샤이트럼프네 뭐네 하면서 표를 몰아주면서 말입니다. 전세계에 걱정과 우려를 끼치면서 말이죠. 우리나라야 어후... 아직 현실의 벽이 높은 것 같아 마음이 무겁습니다.


이 책은 남성독자들이 일독해 볼만한 책입니다. 정신 차릴 사람은 차려야지요. 꼭 한 번씩 읽어보셨으면 합니다. 특히나 '나 정도면 남녀평등을 실천하는 남자지'라고 자부하시는 분이실수록 더 그렇습니다. 우리 사회가 추구한다고 하는 남녀평등의 가치를 이루기에 지금의 현실이 얼마나 편파적으로 기울어져 있는가, 그리고 남성들이 그 심각함을 인식조차 못할 정도로 얼마나 무뎌져 있는가를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 『그 남자는 왜 이상해졌을까?』의 미덕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불편할 겁니다. 몸에 좋은 약은 입에 쓰다고 하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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