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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도 모르면 한강 다리 위에 올라 가야지요?" 대학 시절에 '회계원리'라는 과목을 들을 당시였다. 담당 교수는 홍 아무개라는 겸임교수였는데 당시 삼성 모 계열사에서 부사장을 지내던 인물이었다.(지금은 영전하시어 지방 모 대학의 총장으로까지 취임하셨으니 인물은 인물이다) 그런데 이 양반이 대차대조표, 손익계산서 등을 설명하면서 내용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학생들더러 던진 말이 '한강 위로'였던 것이다. 뭐 냉혹한 비즈니스 전장에서 살아온 사람답다는 생각은 했는데 표현이 너무나 적나라하고 노골적이어서 그 날 강의가 끝나고 강의실을 나와서도 한참 그의 말을 흉내내면서 피식피식 웃고는 했다.

홍 아무개 교수가 학생들에 대한 애정이 없는 사람은 아니었다. 이 냉혹한 시대에 사회에서 내쳐지지 않기 위해서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는 말을 반복숙달하는 조교처럼 읆어댔다. 상경대 학생들에게 회계지식이 얼마나 중요한지 지긋하게 설명하기도 했고.... (분식회계의 디테일과 대표수법도 이 양반에게 배웠다) 그 나름의 쓴소리도 그에게는 진심이었다고 생각한다. (왜 '이게 다 너 잘되라고 그러는거야'는 식의 원치 않는 부류의 사랑이지만) 당시 60이 넘은 당신 스스로도 아침 5시에 일어나 고구마 두 개를 먹고 피트니스센터에 가서 트레드밀을 30분 이상 뛰고 출근 한다는 둥... 참 독하게 부지런하게 살아온 사람이란 사실은 이론의 여지가 없는 사람이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까 이 분이 자기 이야기를 한 것은 지금까지의 성공스토리였지 어떻게 살았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일절 언급이 없었다. 그가 걸어온 길은 남들이 누구나 알 법한 출세의 길이었다. 공인회계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재경직 행시에 합격해 사무관으로 시작한 그의 사회생활은 지금까지도 일종의 성공인생 방정식으로 지칭되는 엘리트코스였다. 게다가 운좋게 중도에 한 번도 탈락하거나 내쳐진 적 없는 사람이었으니 출세와 성공에 목메단 대학생들에게 그는 말 그대로 '살아있는 증거'였고 그가 진행한 강의들은 '간증'이 되버린 판이었다. 삐딱한 신도였던 나는 '그거 말고 너는 무슨 생각으로 살아서 그렇게 성공했는데?'라는 질문을 하고 있었고 답은 당연히 들을 수 없었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이 분의 생각이나 철학이란 그저 '대기업에 취직하거나 고위공무원이 되어 출세를 하고 잘 먹고 잘 사는 것' 정도가 되지 않을까 싶다. 그럼에도 남에게 "이거 모르면 한강 다리 위에 올라가 (떨어져 죽어라)!"는 말을 할 정도의 확신을 갖는 것이 온당한 것인지는 모르겠다. 천인천색, 만인만색의 각 사람들에게 "모르면 한강 다리 위로!"라는 말은 지나친 자기확신이거나 혹은 부족한 자신의 깊이를 들킨 것에 불과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진짜 나의 삶은 실종되고 누구의 자식, 누구의 배우자, 누구의 부모로만 남아 스스로를 지우고 사는 현대인의 삶은 지독한 획일성을 요구한다. 논어 안연편에서 공자가 말했듯 현대의 한국인들 역시 군군신신부부자자(君君臣臣父父子子)에 충실하게 산다. 나는 어떤 사람인가, 무엇을 좋아하는가, 어떻게 살고 싶은가를 탐구할 시간이란 사치로 여겨지기 십상이다. 중고등학교 시절 "대학가서 생각해도 늦지 않다"던 자기탐구는 대학입학과 동시에 "이제는 학점 잘 받고 스펙 쌓아서 좋은데 취직해야지"로 바뀐다. 실제로 대학의 강의라는 것들도 다 그 코스에 맞춰져있다. 앞서 이야기한 홍 아무개 교수 뿐만이 아니라 강단에 서있는 상당수 교수들이 JP의 멘트 '자의반, 타의반'을 둘러대며 제자들을 학점으로 평가하기 바쁘다. 자기를 찾는 여행은 대학에서도 불가능한 것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닌데 덜컥 졸업하고 취직까지 해버리면 이후에는 쏟아지는 '결혼해라' 압박에 그 다음에 '애는 언제 낳냐?' 아이를 낳고 나면 '아이 학교는 어디 보낼거냐?'로 이어지는.... 그렇게 자식으로서, 대학생으로서, 군인으로서, 직장인으로서, 남편이자 아내로서, 부모로서 살다보면 머리가 희끗희끗해지는 것이 삶이라고 인생선배들은 이야기한다. 당최 자기가 뉜지도 모르고 한평생을 달려왔으면서도 후배들에게는 마치 무슨 '성공의 방정식'이 있는 것처럼 이야기하는 준사기를 치고 있는 꼰대가 되어있는 자신은 바라보지 못하면서 말이다. 과연 그들이 "이거 모를거면 한강 다리 위로 올라가라!'고 윽박지를만한 입장이 되는걸까. (우리 가카처럼 안 해보신 것이 없으신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1인분 인생: 진짜 나답게 살기 위한 우석훈의 액션 대로망

저자
우석훈 지음
출판사
상상너머. | 2012-02-29 출간
카테고리
시/에세이
책소개
우리 시대의 전방위 지식 게릴라 우석훈, 대한민국 갑남을녀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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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를 C급 경제학자로 소개하는 우석훈이 불혹을 넘기고 몇 년이 지난 후 자신의 삶을 조용히 관조하고 쌓은 생각들을 책으로 정리했다. 바로 <1인분 인생: 진짜 나답게 살기 위한 우석훈의 액션 대로망(이하 1인분 인생)>이다. 원래 <88만원 세대>, <혁명은 이렇게 조용히> 등 경제학을 가지고 사회를 바라본 책을 많이 낸 경제학자로 유명하지만 이번 책에서는 그의 인간적인 모습과 생각들을 조용히 엿볼 수 있다. 그는 내가 만났던 홍 아무개 교수처럼 "한강 다리 위로!"를 호쾌하게 외칠만한 사람은 못된다. 책의 초반과 중반을 지나 종반에 이르기까지 그저 조심스럽고 차분하게 이야기할 뿐이다. 하지만 우석훈의 말과 생각에는 "한강 다리 위로!"의 거칠음이 지니지 못한 깊이와 무게가 실려있다. 오랜시간 스스로의 삶과 고민들로 쌓아온 내공은 인생의 성공방정식을 의심하게 만든다. 흡사 1+1=2라고 철썩같이 믿었던 아이가 눈덩이 두 개를 합쳐보니 그저 한 덩이가 되더라는 평범한 사실에서 최초의 철학적 사유를 시작하듯이.

대학시절 그가 학교에 강연을 와서 보러갔었던 기억이 난다. 아마 <혁명은 이렇게 조용히>를 막 펴내고 얼마 지나서가 아닌가 싶은데(그 때 강연장 앞에서 책을 샀었던 기억이 또렷하기 때문에) 그는 내가 던진 20대 관련 질문에 상당히 진지하고 열정적으로 답변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유감스럽게도 그 질문이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다만 열정적인 모습에 적극적이고 밝은 사람일거라고 막연히 생각하고 있었는데 <1인분 인생>을 통해 완전히 오판임이 증명됐다. 그는 스스로의 고백처럼 우울증에 빠지기도 했고 대인기피증으로 고생하기도 했던 사람이다. (트위터를 통해서 어렴풋이 감을 잡기는 했는데 레알!) 원래 그의 천성이 혼자있기를 좋아하고 부당한 일을 감내하기 어려워하는 사람이라곤 하지만 글을 보면 꾸준하게 자기와 사회와의 관계를 고찰하고 생각했던 것으로 보인다. 군군신신부부자자(君君臣臣父父子子)에 따르지 못하는 스스로는 오히려 딱 자기 1인분이라도 행복하자는 맘이었던 것 같다. 대기업 연구소 연구원과 국무총리실 근무, UN협상가로 활동했던 그 시절의 자신이 행복하지 않았음을, 오히려 그런 것들을 손에서 내려놓고 적게 벌어 적게 쓰면서 고양이를 키우며 좋아하는 영화를 보는 지금을 행복해 하고 있다.

<1인분 인생>이 좋은 책이고 추천하고 싶다고 느껴지는 이유는 우석훈이 고민했던 문제들, 처해진 그 상황들이 한국에 사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 고민하는 그 문제이고 그 상황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대체로 왜 살아야 하는가란 질문에 답변하기 어렵고 나 아닌 타인을 위한 어떤 페르소나를 쓰고 살고 있기는 하지만 막상 가면을 벗고 자기 얼굴을 드러낸 채 살기에는 용기가 부족하고 어떻게 살아야 할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태반이다. 여기에서 벗어나는 몇몇은 아직도 로봇으로 살아가는 자신의 모습조차 파악하지 못한 상황이니 한국은 정말 '불행한 사람들의 나라'인가 싶기도 하다. 하지만 벌거벗은 임금님의 왕국에서도 임금님의 나체를 지적한 꼬마아이가 있었듯이 진짜 자기를 찾기 위해 고통스런, 때로는 두렵기까지 한 개안을 용기있게 결정하는 사람들이 있다. <1인분 인생>은 그런 결정을 두고 고민하거나 망설이는 사람들을 위한 우석훈의 살가운 안내, 또는 따뜻한 위로다. "용기를 내, 너만 그렇게 생각하는게 아니야"라고 말하는 우석훈이 옆에 있는 것 같다.

그렇다고 꼰대처럼 훈수를 두는 것은 아니다. 적어도 책에 등장하는 우석훈은 그런 꼰대짓을 무척이나 싫어한다. 그저 관조하듯이 날 것 그대로의 현실과 삶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최종적으로는 '진짜 나답게 행복하게 사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답변해 나간다. '죽기 전 사람이 한 말 중에는 악한 말이 없다'는 말처럼 올 대선을 끝으로 경제학자로서 은퇴를 선언한 그는 학자로서의 삶을 마감하는 사형선고를 스스로에게 내리고 진짜 옳고 선한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마치 아주 고령의 어르신들처럼. 그 효과인지 옳냐 그르냐를 따지기보다는 그냥 술술 잘 읽혔다. 적어도 내 경우에는. (말벗이 필요한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몇 십분이고 이야기를 늘어놔도 잘 듣고 있는 내 성격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정말 '내려놓고, 벗어놓고 가려고만 하면 그렇게 고통스럽지 않을텐데, 행복할텐데'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고희를 넘기고도 한줌이라도 더 쥐려고 발버둥치는 가카와 영일대군, 방통대군 등이 한 편으로는 안쓰러운 사람들이란 생각이 들었던 것도 그 때문이었나보다.

행복한 삶이란 정해진 것이 아니다. 개개인이 느끼는 행복이란 균일하지 않기 때문이다. 다들 각자의 취향과 개성이 존재하고 그 행복을 찾아갈 권리가 있다. 하지만 각 개인을 죄는 각종 사회의 제약과 사람들과의 관계가 그 앞에 겹겹이 참호를 파고 기다리고 있다. 이 땅에서 나만의 행복한 삶을 찾아간다는 것은 그만큼 험난하고 외로운 과정이다. 이럴 때 옆에서 성공이든 실패든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들려주는 선배가 있다면 큰 힘이 된다. 남 앞에 나서기를 죽기보다 싫어한다는 우석훈이 그 선배를 자청하고 나섰다. 이제 그는 "행복을 찾아 진짜 나답게 살기 위한 액션 대로망에 나서자"고 권한다. 참호를 격파하고 앞으로 나가는 액션 대로망은 사실 우리네 삶의 과정이기도 하고 목적이 되기도 하는 소중한 삶의 일부분이다. 문은 열려있다. 다만 문을 열고 액션 대로망에 나서는 것은 당신의 판단이고 몫이다. 세상에 공짜는 잘 없는 것 같다. 이 포스팅을 보는 사람 누구나 불행한 평생보다 행복한 하루를 보내기를(그렇다고 하루살이처럼 살라는 말은 아니다) 바란다. 건투를 빈다!

"누구나 1인분의 삶을 살 자격이 있다는 것을, 그 권리가 있다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 우석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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