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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 독재

저자
강준만 지음
출판사
인물과사상사 | 2013-12-20 출간
카테고리
정치/사회
책소개
인간을 통찰하는 새로운 관점 당신이 믿고 있는 이성과 논리에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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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자식과는 다르게 내 아버님은 눈물이 참 많으신 분이다. 특히 힘없고 외로워 세상을 살기 힘들어 하는 사람들이 TV에 출연하면 눈이 벌게져서 눈물이 뚝뚝 떨어질 정도다. 오죽하면 당신의 딸이 '수도꼭지'라는 별명을 붙여줬을까 싶을 정도다. 당신이 즐겨보시는 <인간극장>이나 <사랑의 리퀘스트>를 시청하는 시청자로서의 아버님은 세상 누구보다도 인정이 많고 남의 아픔에 깊은 공감을 느끼는 휴머니스트다. 한 편으로, 복지와 사회연대 등을 입에 담는 사람들은 불온하기 그지 없는 자로 간주된다. "빨갱이 XX들"이라며 노골적인 반감을 표시하는가 하면 '나라 망쳐먹을 일'이라며 개탄을 마지 않으신다. <인간극장>이나 <사랑의 리퀘스트>에 출연하는 어려운 형편의 사람들이 단지 사람들의 동정심에 호소하지 않고도 인간적인 권리를 누리며 행복할 수 있는 대안으로서 논리적 연결고리는 아무리 설명해도 먹혀들지 않는다.


누구나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마음으로 이해하지 못하는, 반대로 가슴으론 이해하지만 머리로는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를 겪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사람의 판단과 행동은 분명 자신의 의지로 결정되지만, 그 근거가 무엇인가를 따질 때 누구나 자신은 이성적 판단을 했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이성적이라고 생각한 자신의 판단이 실제로는 지극히 개인적이고 감정적인 근거들과 각종 편견, 오류로 점철됐다고 하면 과연 이를 용납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근대 이후 합리성이라는 절대명제에 따라 교육받고 그렇게 행동하도록 훈육됐다고 믿는 현대인들이 반론을 제기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결과다. 강준만의 신작 <감정 독재>는 이성적인 인간이라 자부하는 우리가 '이성적이 아니라 감정적일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제기한다. 이성적 인간이라는 이상형에 난 균열을 예리하게 파고드는 점이 무척 마음에 든다.


강준만이 던지는 50개 질문은 우리가 일상에서 자주 보고 듣고, 자주 하는 오류와 모순들이다.


01 왜 대학 입시 제도는 3년 10개월마다 ‘성형수술’을 할까? 행동 편향  

02 왜 스포츠 심판들은 결정적 순간엔 휘슬을 적게 불까? 부작위 편향 

03 왜 파워포인트 프레젠테이션은 우리의 적이 되었는가? 통제의 환상 

04 왜 사람들은 ‘벼락 맞을 확률보다 낮은 복권’을 계속 살까? 몬테카를로의 오류 

05 왜 “나는 이미 알고 있었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은가? 사후 확신 편향 

06 왜 내 문제는 ‘세상 탓’ 남의 문제는 ‘사람 탓’을 하는가? 기본적 귀인 오류 

07 왜 취업에 성공하면 ‘내 실력 때문’ 실패하면 ‘세상 탓’을 하는가? 이기적 편향 

08 왜 우리는 누군가를 한 번 밉게 보면 끝까지 밉게 보는가? 인지 부조화 이론 

09 왜 해병대 출신은 ‘한 번 해병은 영원한 해병’이라고 할까? 노력 정당화 효과 

10 왜 어떤 사람들은 조립 가구를 더 좋아할까? 이케아 효과 

11 왜 우리는 “가만 있으면 중간은 간다”고 하는가? 손실 회피 편향 

12 왜 기업들은 ‘무조건 100퍼센트 환불 보장’을 외치는가? 소유 효과 

13 왜 ‘옛 애인’과 ‘옛 직장’이 그리워질까? 현상 유지 편향 

14 왜 헤어져야 할 커플이 계속 관계를 유지하는가? 매몰 비용 

15 왜 지나간 세월은 늘 아쉽기만 한가? 기회비용 

16 왜 우리는 감정으로 의견을 결정하는가? 감정 휴리스틱 

17 왜 머릿속에 잘 떠오르는 걸 중요하다고 생각하는가? 가용성 편향 

18 왜 검사가 판사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가? 정박 효과 

19 왜 선물 하나가 사람을 바꿀 수 있을까? 자기이행적 예언 

20 왜 지식인 논객들은 편가르기 구도의 졸이 되었을까? 확증 편향 

21 왜 소개팅에 자신보다 멋진 친구들과 함께 가면 안 되는가? 대비 효과 

22 왜 부자 친구를 두면 불행해질까? 이웃 효과 

23 왜 큰 부탁을 위해 작은 부탁을 먼저 해야 하는가? 문전 걸치기 전략 

24 왜 결혼식과 장례식은 간소화될 수 없는가? 상호성의 법칙 

25 왜 임금님은 벌거벗은 채로 거리 행진을 했을까? 다원적 무지 이론 

26 왜 “우리는 괜찮지만 다른 사람들은 영향을 받는다”고생각하는가? ‘제3자 효과’ 이론 

27 왜 38명의 목격자는 한 여인의 피살을 외면했는가? 방관자 효과 

28 왜 프로젝트 팀의 인원이 10명을 넘으면 안 되는가? 사회적 태만 

29 왜 우리는 “길을 막고 지나가는 사람에게 물어보자”고 하는가? 허위 합의 효과 

30 왜 어떤 낙관주의는 죽음과 실패를 불러오는가? 스톡데일 패러독스 

31 왜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이 운전을 잘한다고 생각할까? 과신 오류 

32 왜 치킨 가게가 3만 개를 넘어섰을까? 생존 편향 

33 왜 우리를 사로잡는 재미있는 이야기는 위험한가? 이야기 편향 

34 왜 어떤 기업들은 절대 시장조사를 하지 않을까? 사회적 선망 편향 

35 왜 우리는 다른 사람을 본 지 2초 만에 모든 걸 판단하는가? 블링크 

36 왜 마시멜로의 유혹을 참아낸 아이가 나중에 성공했나? 만족 지연 이론 

37 왜 치열한 경쟁에서 이긴 승자는 재앙을 맞는가? 승자의 저주 

38 왜 ‘프로야구 2년차 징크스’가 일어날까? 평균 회귀 

39 왜 인터넷에 ‘충격’, ‘경악’, ‘결국’, ‘헉!’ 낚시질이 난무하는가? 맥거핀 효과 

40 왜 싸우다 불리해지면 “너 몇 살이야?”라고 하는가? 주의 전환의 오류 

41 왜 ‘조용필 열풍’에 반론을 제기할 수 없었는가? 침묵의 나선 이론 

42 왜 ‘움직일 수 없는 무자비한 곳’이 일순간에 바뀔 수 있는가? 티핑포인트 

43 왜 공중도덕을 지키자는 계몽 캠페인은 실패하는가? 넛지 

44 왜 발이 넓은 마당발의 인간관계는 피상적인가? 던바의 수 

45 왜 최고의 엘리트 집단이 최악의 어리석은 결정을 할까? 집단사고 이론 

46 왜 개인보다 집단이 과격한 결정을 내리는가? 집단극화 이론 

47 왜 휴대전화 전쟁에서 일본은 한국에 패배했나? 갈라파고스 신드롬 

48 왜 정치와 행정은 사익을 추구하는 비즈니스인가? 공공 선택 이론 

49 왜 어느 소방대원은 상습적인 방화를 저질렀을까? 파킨슨의 법칙 

50 왜 “한 명의 죽음은 비극, 백만 명의 죽음은 통계”인가? 사소한 것에 대한 관심의 법칙 


막상 "왜?"라고 물으면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들이다. 사물과 사안에 있어 그 안에는 반드시 인과관계가 존재한다고 믿고 이를 밝혀내려는 합리성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질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위 질문들이 던져지는 순간 이성과 논리는 궁색한 답변조차 부족하다. 그만큼 인간은 불완전하고 우리가 반석처럼 믿고 있는 이성과 합리라는 기저基底가 얼마나 쉽게 허물어질 수 있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감정 독재>안에는 강준만이 추린 50개의 각 질문에 관한 대답이 이미 발표된 이론적 토대 아래 제시돼 있다. 그 외에 저자의 주장이나 생각은 극히 생략된 드라이한 텍스트다. 스스로의 오류와 모순에 대해 한 번쯤 고민해 볼 용의가 있는 독자라면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는 저자의 이름에도 불구하고 한 번쯤 읽어볼 만한 책이다. 다독과 다작으로 유명한 저자이기에 방대한 참고문헌과 자료들이 그 깊이를 더해준다.


평소 강준만이라는 저자에 관심을 가지고 그가 어떤 길을 걸어왔는지 지켜봐온 독자라면 실명비판의 칼자루를 손에서 내려놓고 '증오의 종언'을 선언한 그의 글이 주는 느낌에 어색함을 느낄 수도 있겠다. 내 개인적으로는 저자의 이런 변화가 긍정적으로 보인다. 굳이 누군가를 위해서가 아니라 저자 자신을 위해서, 강준만이라는 뛰어난 학자가 이제야 편안해 보이기 때문이다. '감정 독재'에 대한 그의 글을 마무리로 옮겨본다. 아마 최근 저자의 생각이 가장 잘 드러난 부분이 아닌가 싶다. 독자님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감정의 독재가 나쁘기만 한 건 아니다. 그게 없다면 우리가 어찌 사랑을 할 수 있을까? 열애에 빠진 사람으로서는 사랑을 잃으면 온 세계, 아니 온 우주를 잃은 것과 다를 바 없을진대, 그 상황에서 냉정한 이성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예컨대, "나 같은 건 없는 건가요"라고 절규하는 가수 추가열에게 거시적인 사회문제나 국가문제에 눈을 돌리라고 말하는 게 온당할까? 국가, 민족, 사회 등과 같은 거대담론보다는 "부디 나에게 사랑했다고 한 번만 말해주세요"라고 애원하는 추가열의 편에 서려는 사람이 많다고 보아야 하지 않을까?


싸울 때 싸우더라도 때론 투항하는 것도 필요한 법인데, 사랑이야말로 백 번, 천 번 투항해도 좋은 것이 아닐까? 설사 그것이 엄청난 착각과 환상의 기반 위에 선 감정 독재의 산물이라도 말이다. 감정 독재와 싸우는 법은 사안과 때를 가려 대응해야 하는 타협의 예술이다.


- 강준만, <감정 독재>, 인물과사상사, 2013

댓글
  • 프로필사진 Favicon of https://chleogh.tistory.com BlogIcon 최대호 블로그에 들러 칭찬을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고령화 가족>과 <인간의 조건> 독후감은 몇 차례나 다시 들러 읽었고, 근래에는 선생님 덕분에 헌법 전문을 다운받아 틈틈이 읽는 재미까지 얻었습니다만, '좋은 자료 감사합니다'같은 한 마디만을 남기기가 머쓱해서 그냥 가고 말았습니다. 받는 사람이 되었을 때엔 어떤 말이든 고마운데도 남기는 사람이 되었을 때엔 인색해지는 것이 스스로 간사하게 느껴집니다. 먼저 답글 남겨주신 덕분에 저도 이렇게 안부 전하고 갑니다.

    저도 이 책의 대여를 예약해 놓고 기다리는 중인데요, 시간이 지날수록 강준만 선생님의 책은 머리말과 목차를 싣는 것 이상의 좋은 독후감을 적기가 어렵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최근의 그런 경향을 '강준만의 편안함'이라는 키워드로 정리해 내신 것을 보고 나니 분석이란 이런 것이다, 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또 한 차례 배웠습니다.
    2014.03.08 21:51 신고
  • 프로필사진 Favicon of https://bookplayground.com BlogIcon 한량의독서 과찬이십니다. 편협한 관점, 부족한 글솜씨 때문에 항상 고민하는 중인데 과분한 칭찬의 말씀을 주셔서 부끄럽네요.

    선생님께서 남기시는 글을 자주 보는 편인데 저도 많이 배웁니다. 앞으로도 많은 조언 부탁드려요 :)
    2014.03.13 16:36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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