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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에 능숙한 외국인이 "빨리 빨리"를 연발해서 쓴웃음을 지었던 일이 있다. 전후 세계사에 유래가 없다던 한강의 기적은 그 때문이라고들 한다. 그 상관관계는 확실치 않아도 우리가 빠르게 격동하는 다이내믹 코리아에 살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상전벽해의 변화가 초래한 과거와 현재의 단절이 불러 일으킨 우리 정체성의 혼란은 필연적이었다.

군에서 빠른 행군을 해야할 때는 가벼운 단독군장을 한다. 이것 저것 챙겨넣은 완전군장으로는 아무래도 빠른 행군에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전후 한국 역시 단독군장을 선택하고 빠른 성장의 길을 선택했다. 그 와중에 군장에 챙겼을 법한 많은 것들을 그대로 과거에 버리고 왔다. 챙긴 것은 고작 경제성장에 도움이 되는 것 몇 가지였다.

영화 '두레소리'는 우리가 버리고 왔다고 생각한 국악에서 찾는 자기발견이다. 경제적인 성공을 거두고도 자신이 누군지 모른채 경제적 가치에만 매몰된 한국인이 느끼는 2%의 부족함을 찾을 수 있는 단서를 제공한다. 영화의 주인공인 소녀 슬기, 아름도 국악이 돈이 되지 않음을 알고 있다. 하지만 관객들은 영화를 보며 두레소리가 부르는 국악 합창에 왜 그리 눈물이 찔끔 났는지 모른다. 대학입시를 앞둔 국악고 3학년 학생들이 교장선생님 등의 반대를 무릅쓰고 합창동아리를 만들어 경연대회무대에 서고 마침내 감동을 준다는 진부한 내러티브 때문만은 아닌게 확실하다. 관객 속 눈물샘 그 어디가 국악에 반응한 것일까? 그것은 나를 찾는 과정에 하나의 단서가 아닐까.

생각해보면 초등학교 5학년 때 나도 단소신동 소리를 듣긴 했다. 음악선생님이 국악전공을 하신 분이었는데 방과 후에도 남아 선생님께 단소를 배웠다. 물론 철저한 '자의'에 따른 자율적 과정이었다. 선생님의 얼씨구 장단 소리에 맞춰 지금은 기억도 나지 않는 민요를 연주했다. 단소가 너무 좋고 나의 분신 같아서 당시 유행하던 가요를 모조리 단소로 부르고 다닐 지경이었다.

선생님은 다음 해 다른 학교로 전근을 가셨고 홀로 남은 나는 중학교에 들어갔다. 어미를 잃은 새처럼 표류하던 나는 남들과 함께 입시경쟁에 떠내려갔다. 수없이 바뀌는 대입정책에 따라 이리 출렁 저리 출렁 하는 사이에 나는 수능문제머신으로 빠르게 변해갔다. 조금 남았던 우리 음악에 대한 기억과 경험도 그대로 과거에 두고 왔다. 그런데 두고왔다고 생각한 기억과 경험이 반응을 한 것이다.

잃어버린 엄마를 찾은 양 반갑고 또 찾지 않아서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다양한 장르의 음악이 수입되고 사람들의 열광을 독차지하는 그 지난한 시간동안 변함없이 자리를 지켜준 국악에 고마웠다. 사실 영화 내내 정말 미안했던 부분은 지금 나를 감동시키고 있는 음악, (지금 공식OST를 들으며 포스팅 중) 국악의 존재 자체를 까맣게 잊고 있었다는 것이다.

영화 두레소리는 실화를 바탕으로 실존인물이 연기한 부분이 많다. 함선생님도 실제 인물이 연기했다고 하고 주인공들도 동아리 두레소리의 후배들이라고 한다. 따라서 거만한 표정으로 '제 점수는요~'를 목적으로 하는 관객이라면 강비추다. 프로연기자의 연기를 기대하고 품평하러 갔다가는 영화 내내 욕만 하다가 나올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허나 프로연기자가 만들어내지 못하는 자연스러움이 있다. 여고생들의 실제 언어생활과 일상을 이보다 자연스럽게 표현할 성인연기자가 있을 수 있을까. (아역들도 못할거다) 함선생님과 두레소리 친구들이 보여주는 부자연스런 연기가 사실 우리의 일상이다. 일상을 연기처럼 살았다간 정신이상으로 오인 받기 쉽지 않은가?

곧 개봉할 예정인 영화 두레소리(5월 10일 개봉)는 눈으로 보는 영화가 아니라 귀로 듣고 마음으로 느끼는 영화다. 이미 시사회를 통해 먼저 접한 관객들이 입소문을 내고 있고 영화평점에서는 대다수가 별5개의 평가를 받고 있는 기염을 토하고 있다. 이 영화에 대한 평가는 제각각이겠지만 메마른 일상과 인간관계에 지친 당신이라면 혹 작은 치유가 되어줄 거라고 생각한다. 그 느낌이란 독립영화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관객에게 사랑받았던 영화 '워낭소리'를 보고난 후의 느낌이랄까? 아직도 성장과 발전 지상주의에 찌들어 세계최고수준의 업무량과 스트레스에 시달리며 지내는 한국인들을 위로한 게 외려 경제성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하여 버렸던 우리네 농촌의 소박한 풍경이었고 우리네 소리였다는 사실은 참으로 이율배반적이다.

무겁지 않으면서도 깊은 감동을 전하는 영화 두레소리. 영화를 보고 정식OST를 들어보길 추천한다. (영화는 개봉도 안했는데 음반으로 발매됐고 음원도 네이버뮤직 등에 올라와있다. 그만큼 영화의 사운드와 음악에는 자신있다는 것 아닐까) OST의 완성도가 매우 높아서 강추한다.

마지막으로 영화를 보고 나오며 내가 혼자 내뱉은 한 마디를 전하며 마친다.

"이런 X발 감동의 도가니를 봤나?!?! ㅠㅠ"

P.S) 일단 아래 '두레소리 이야기' 한 번 들어보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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